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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JU.KR · ARCHIVE

진주.kr 전체 글

일상, 관계, 마음, 책에 관한 공개 의견을 최신순으로 모았어요. 새 글은 검색 공개 유예 시간이 지난 뒤 이 목록에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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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방송은 첫 문장에 용건부터 말해줬으면 합니다

밤 아홉 시에 아파트 방송이 나왔습니다. “주민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립니다”로 시작해서 협조와 양해를 부탁한다는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어요. 무슨 일인가 긴장하며 듣고 있었는데 결론은 내일 오전 잠깐 단수가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방송을 만드시는 분도 예의를 갖추려다 길어진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첫 문장에 “내일 오전 10시부터 한 시간 동안 단수됩니다”라고 말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다음 이유와 부탁을 설명하고요. 주민의 관심은 짧고 샴푸 거품은 오래갑니다. 중요한 내용부터 들려주세요.

제안 ·

그 여름만은 아직 선명합니다

이상하게 여름은 매번 힘든데도, 지나고 나면 가장 선명하게 남습니다. 한낮의 나무 그늘, 해 질 무렵 물에 발을 담그던 순간, 이유 없이 설레던 노래들까지요. 어쩌면 저는 여름 자체가 아니라 여름과 함께 왔던 곁가지들을 사랑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열다섯의 저는 그 여름 안에서 자주 웃고, 자주 울고, 자주 아파했습니다. 좋아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만 봐도 마음이 무너졌고, 몰래 온 연락 하나에 하루가 전부 분홍빛이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서툴렀습니다. 그런데 그 서툶이 싫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진심이었고, 그 마음 때문에 처음으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것 같거든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저를 온통 흔들어놓았고, 그 흔들림조차 사랑스러웠던 시절이었습니다. 잘 지내니, 나의 첫사랑. 많은 것들이 흐릿해졌지만 그 여름만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관계 ·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을 눌렀는데 이웃이 뛰어왔습니다

저녁에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문 닫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복도 끝에서 이웃이 뛰어오는 게 보였어요. 열림 버튼을 누른다는 게 당황해서 닫힘 버튼을 한 번 더 눌렀습니다. 문은 아주 성실하게 닫혔고, 마지막으로 본 이웃의 표정도 아주 선명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과일을 정리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해명문을 엘리베이터에 붙일 수도 없고요. 다음에 마주치면 먼저 말하려고 합니다. “그날 제 손가락이 사회생활을 망쳤습니다.”

일상 ·

안 쓰는 구독을 해지했더니 월급이 조금 자랐습니다

통장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돈을 확인했습니다. 영상 서비스 두 개, 음악 하나, 전자책 하나, 운동 앱 하나. 열심히 이용하는 건 영상 서비스 하나뿐이었어요. 언젠가 볼 영화, 언젠가 읽을 책, 언젠가 시작할 운동을 위해 매달 돈을 내고 있었습니다. 제 미래는 아주 문화적이고 건강한 사람인데 현재의 저는 소파에서 짧은 영상만 봅니다. 오늘 네 개를 해지했습니다. 한 달에 4만 원 조금 넘게 남습니다. 연봉은 그대로인데 월급이 몰래 승진한 기분입니다. 그동안 제 통장이 제 가능성까지 구독하고 있었네요.

돈 ·

어머니가 제 사진을 가족 단체방에 올렸습니다

주말에 부모님 댁에서 소파에 누워 잠든 적이 있습니다. 눈을 뜨니 가족 단체방에 제 사진이 올라가 있더라고요. 머리는 산발이고 입은 조금 벌어져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귀여워서 올렸다고 하셨어요. 사진을 내려달라고 했더니 가족끼리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구느냐고 합니다. 저도 어머니가 나쁘게 그러신 건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래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제 모습이 자동 공유되는 건 싫어요. 결국 사진은 내려갔습니다. 대신 어머니가 서운해하십니다. 제 초상권을 지켰는데 효도가 조금 깎인 기분이네요.

관계 ·

실수한 사람이 커피를 사는 문화, 오늘 제가 끝냈습니다

아침 회의 자료에 날짜를 하루 잘못 적었습니다. 팀장님이 발견하자 옆자리 직원이 “오늘 커피는 정해졌네요”라고 웃더라고요. 우리 팀은 실수하면 커피를 사는 이상한 전통이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저도 웃으며 주문을 받았을 텐데 오늘은 그냥 말했습니다. “수정하면 되는 실수라서 커피는 각자 사시죠.” 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날짜는 고쳤고 커피는 안 샀어요. 별것 아닌데 이상하게 개운합니다. 제 실수는 수정 대상이지 팀 전체 음료 이용권은 아니니까요.

직장 ·

택배 상자에 내용물 이름을 크게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택배를 받았는데 상자 옆면에 내용물 이름이 너무 크게 적혀 있었습니다. 별일 아닌 물건이긴 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마주치니 괜히 민망했습니다. 내가 뭘 샀는지 동네가 같이 확인하는 기분이었어요. 배송과 분류를 위해 정보가 필요한 건 이해합니다. 그래도 소비자에게 보이는 포장에는 최소한의 배려가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건강, 가족, 개인 취향과 관련된 물건은 더 그렇고요. 온라인 구매가 일상이 된 만큼 택배 상자는 거의 작은 개인정보 게시판이 되었습니다. 업체들이 내용물 표기를 꼭 해야 한다면, 외부에는 최대한 일반적인 분류명만 쓰는 기준을 만들 수 없을까요.

제안 ·

배고프지 않은데 냉장고를 세 번 열었습니다

밤 11시에 냉장고를 세 번 열었습니다. 첫 번째는 뭐가 있나 보려고, 두 번째는 혹시 못 본 게 있나 보려고, 세 번째는 제가 왜 이러나 확인하려고 열었습니다. 배가 고픈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하루가 좀 허전했습니다. 냉장고 안에는 반찬통 두 개와 애매하게 남은 우유가 있었고, 제 마음도 딱 그 정도로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아무것도 먹지 않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조금 진정됐습니다. 뭘 찾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냉장고에는 없다는 건 확인했습니다. 사람은 가끔 음식이 아니라 다른 걸 찾으면서 냉장고 문을 여는 것 같습니다.

일상 ·

친구가 제 비밀을 자기 연애의 교훈으로 사용했습니다

친구에게 예전에 힘들었던 연애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믿고 말했습니다. 이름도 상황도 조심해서 말했고, 그냥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모임에서 그 친구가 자기 연애 조언을 하면서 제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름은 말하지 않았지만 저는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웃거나 고개를 끄덕였고, 친구는 좋은 조언을 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내 상처가 남의 말솜씨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비밀을 지켜달라고 따로 말하지 않았으니 제 잘못도 있는 걸까요. 아니면 친구 사이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는 걸까요.

관계 ·

엄마 전화가 짧아질수록 제가 더 길게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엄마가 전화하면 끊을 타이밍을 찾았습니다. 오늘은 엄마가 먼저 "바쁘지? 끊어"라고 했습니다. 전화는 삼 분도 안 됐습니다. 별일 없다는 말, 밥 먹었냐는 말, 비 온다는 말. 늘 같은 말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짧게 느껴졌습니다. 엄마가 저를 덜 찾는 건 제가 독립한 어른이 됐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엄마도 저에게 덜 기대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복잡합니다. 나는 편해지고 싶어서 독립했는데, 엄마가 나 없이 편해지는 모습은 또 서운합니다. 내일은 제가 먼저 전화하려고요. 특별한 말은 없고 그냥 밥 먹었냐고 물어보려고 합니다. 엄마가 매번 하던 그 말로요.

일상 ·

부모님 카드로 결제하고 제 돈을 아꼈다는 동생

동생이 부모님 카드로 큰 물건을 샀습니다. 부모님이 허락하셨다고는 하는데, 동생은 그 돈만큼 자기 적금은 건드리지 않았다고 웃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걸렸습니다. 부모님 돈도 결국 부모님 노후 돈인데, 우리는 가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쉽게 꺼내 쓰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부모님이 기쁜 마음으로 해주신 걸 수도 있습니다. 자식에게 쓰는 돈이 아깝지 않다는 부모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받는 사람이 그걸 아낀 돈처럼 말하는 순간, 저는 조금 차가워졌습니다. 부모님 도움을 받는 것과 부모님 돈을 내 돈 관리의 방패로 쓰는 건 다른 일 아닐까요? 제가 예민한 건지 궁금합니다.

돈 ·

친구한테 만이천 원을 보내달라고 말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렵죠

어제 친구들과 밥을 먹고 제가 먼저 계산했습니다. 각자 만이천 원씩 보내면 되는 금액입니다. 문제는 한 명이 아직 안 보냈다는 겁니다. 큰돈은 아닙니다. 그런데 큰돈이 아니라서 더 말하기 어렵습니다. "혹시 어제 밥값"이라고 보내려다가 지웠습니다. 내가 쪼잔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안 보낸 사람은 왜 당당하고, 받아야 할 사람은 왜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돈 이야기가 관계를 망치는 게 아니라, 돈 이야기를 못 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관계를 더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만이천 원 때문에 친구를 미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만이천 원 때문에 제 마음이 이미 조금 구겨진 것도 사실입니다.

돈 ·

회사 비밀번호 바꾸라는 알림이 제일 성실합니다

회사 시스템이 또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합니다. 저보다 규칙적으로 저를 찾아오는 존재가 비밀번호 변경 알림입니다. 삼 개월마다 어김없이 나타나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모두 부정하라고 합니다. 대문자, 소문자, 숫자, 특수문자까지 넣으라는데 제 업무 의욕에는 특수문자가 이미 충분히 많습니다. 물론 보안이 중요하다는 건 압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바꾸다 보니 결국 다들 비슷한 패턴으로 돌려막습니다. 안전을 위해 만든 규칙이 사람을 창의적인 암호 재활용자로 만드는 느낌입니다. 오늘 만든 비밀번호는 저만 알고 싶습니다. 삼 개월 뒤의 저도 모를 예정입니다.

직장 ·

읽씹보다 무서운 건 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친구에게 별일 아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진짜 별일 아니었습니다. 그냥 "요즘 어때" 정도였어요. 읽음 표시는 떴고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도 괜찮았습니다. 바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한 시간마다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더라고요. 답장이 안 온 게 상처라기보다, 내가 아직 이 관계에서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게 더 민망했습니다. 관계가 멀어진 건 사실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사실을 내가 인정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겁니다. 답장이 오면 반가울 거고, 안 오면 또 하루쯤 기다리겠죠. 그래도 오늘은 적어둡니다. 기다리는 마음도 내 마음이니까 너무 웃기게 보진 않으려고요.

관계 ·

점심시간에 혼자 걷는 이유를 자꾸 물어봅니다

회사 점심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혼자 걷습니다. 처음엔 소화하려고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 20분이 하루 중 유일하게 아무에게도 맞추지 않는 시간입니다. 누가 뭘 먹고 싶은지 묻지 않아도 되고, 대화에 웃어야 하는지도 계산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자꾸 사람들이 묻습니다. 왜 혼자 가냐고, 무슨 일 있냐고, 우리랑 먹는 게 불편하냐고요. 불편한 게 아니라 그냥 조용하고 싶은 건데, 회사에서는 혼자 있고 싶다는 말도 설명해야 하는 일이 되더라고요. 나는 팀이 싫은 게 아닙니다. 다만 하루에 한 번쯤은 내 속도로 걷고 싶습니다. 점심시간 20분 정도는 사회성 충전기가 아니라 방전 방지 모드로 둬도 되지 않을까요.

직장 ·

빨래를 개다가 의자에 다시 앉혔습니다

빨래를 다 걷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훌륭했습니다. 문제는 개는 일이었습니다. 티셔츠 한 장을 접고 나니 갑자기 인생 전체가 접히는 기분이 들어서, 나머지는 의자에 다시 앉혀놨습니다. 이상하게 빨래는 널 때보다 접을 때 더 외롭습니다. 마른 옷을 만지는데도 하루가 눅눅하게 남아 있는 느낌이랄까요. 사람들이 정리정돈을 하면 마음도 정리된다고 하잖아요. 저는 아직 그 단계까지 못 갔습니다. 제 마음은 현재 반팔 세 장과 수건 두 장 아래 깔려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의자도 뭔가 역할이 있어야 하니까요.

일상 ·

멀리서 난 뉴스가 우리 장바구니로 배송됩니다

호르무즈 해협 뉴스는 지도를 크게 확대해야 보이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런데 기름값, 물류비, 택배비, 장바구니 가격까지 생각하면 갑자기 우리 집 현관 앞까지 와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 이야기라고 해도, 계산서는 늘 국경을 잘 넘습니다. 뉴스는 국제면에 있고, 결제는 우리 카드 명세서에 찍히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겁니다. 누가 봉쇄한다, 통행료를 매긴다, 연설한다는 말이 나오면 시장은 먼저 흔들리고 우리는 나중에 이유를 검색합니다. 국제정세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먼 나라 일”이라고 마음 놓는 습관은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은 넓고, 영수증은 좁습니다. 결국 내 지갑에 접혀 들어오니까요.

사회 ·

유학 가는 사람에게 타이머부터 채우는 나라

미국 학생비자 체류기간을 최대 4년으로 못 박는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겉으로는 단순합니다. 공부하러 왔으면 정해진 기간 안에 공부하고, 더 필요하면 연장 신청하라는 말이니까요. 그런데 사람 공부가 전자레인지도 아니고 4년 맞춰 띵 하고 끝나지는 않습니다. 박사과정, 전공의, 휴학, 연구 지연, 전공 변경 같은 변수는 너무 흔합니다. 물론 체류 관리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매번 “너 아직 여기 있어도 되는 사람 맞아?”라고 묻는 제도라면, 공부보다 체류 불안이 먼저 커질 것 같습니다. 유학은 원래 낯선 나라에서 배우는 일인데, 이제는 시계 초침 소리까지 같이 데려가야 하나 봅니다.

사회 ·

빨간 날이 돌아왔는데 왜 쉬는 것도 눈치가 보이나요

제헌절이 다시 공휴일이 됐습니다. 달력에 빨간색 하나가 생겼는데, 제 마음은 이상하게 회색입니다. 누군가는 사흘 연휴라며 여행을 잡고, 누군가는 “우리는 정상근무래”라는 말을 듣습니다. 같은 나라 같은 공휴일인데, 누구에게는 휴식이고 누구에게는 남의 달력입니다. 쉬는 날이 생기면 이상하게 죄책감부터 생깁니다. 내가 쉬어도 되는 사람인지 허락받아야 할 것 같아요. 헌법을 기념하는 날이라면, 적어도 쉬는 사람과 못 쉬는 사람을 서로 민망하게 만들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만큼은 일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장 하나 정도는 달력 밑에 작게 적어두고 싶습니다.

사회 ·

선크림까지 추리소설처럼 발라야 하나요

다이소 선크림 논란을 보면서 제일 웃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선크림도 얼굴에 바르기 전에 증거능력부터 따져야 하나요. 한쪽은 SPF가 표시만큼 안 나온다고 하고, 다른 쪽은 시험 방식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재검증을 말합니다. 아직 결론은 확정된 게 아닙니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학 논문을 쓰고 싶은 게 아닙니다. 그냥 SPF 50이라고 쓰여 있으면 내 얼굴이 그만큼 덜 타는지 알고 싶은 겁니다. 가격이 싸서 산 거지, 불확실성까지 같이 산 건 아니니까요. 누가 맞는지 싸우는 동안 여름 햇빛은 이미 출근했습니다.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틀렸으면 고치고, 맞았으면 설명하면 됩니다. 소비자는 탐정이 아니라 손님입니다.

일상 ·

투자 위험보다 통장 잔고를 먼저 검사받는 기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사려면 현금 3천만 원을 계좌에 두라는 대책을 봤습니다. 이상하게 안전모를 나눠주는 게 아니라 “안전모 살 돈 있는 사람만 공사장 입장”이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물론 이 상품이 위험한 건 맞습니다. 2배로 움직이면 수익도 커 보이지만, 반대로 가면 내 자존심까지 2배로 깎입니다. 그런데 위험 설명과 교육을 제대로 하는 대신 현금 잔고로 사람을 거르는 방식이 진짜 보호인지 모르겠습니다. 돈 많은 사람은 실수해도 되고, 돈 적은 사람은 실수할 자격도 없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나는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보호라는 이름으로 문 앞에서 지갑 검사부터 하는 건 좀 이상합니다.

돈 ·

관절건강

관절건강을 좋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획기적으로 효과 볼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일상 ·

혼자 있을 때만 하는 이상한 루틴이 있어요, 다들 있죠?

저는 집에 혼자 있으면 꼭 혼잣말로 상황극을 합니다. 방금 라면 끓이면서 "자, 이제 스프를 넣을 시간입니다"라고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처럼 말했어요. 아무도 안 보는데 손동작까지 씁니다. 이거 저만 이런가 진지하게 궁금합니다. 남들도 혼자 있을 때 이런 바보 같은 짓 하나씩 하죠? 저만 이러면 그건 그거대로 재밌는 정보네요.

질문 ·

배달앱 리뷰 쓰다가 삼십 분 썼는데 그게 오늘 제일 재밌는 시간이었어요

원래 별 다섯 개만 누르고 끝내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웬 소설을 쓰고 있었습니다. "이 집 떡볶이는 매콤함 속에 은은한 단맛이..." 이런 식으로요. 아무도 안 시켰는데 혼자 미식 평론가가 됐습니다. 근데 이게 그날 하루 중 제일 몰입한 시간이었어요. 다들 이런 거 있나요, 아무 의미 없는데 이상하게 진심을 다하게 되는 일이요.

돈 ·

화장실에서 결재 승인 버튼을 눌렀다, 손 씻기도 전에

핸드폰에 승인 알림이 떴는데 화장실 안이었다. 손을 씻어야 하는데 그 사이 알림이 사라질까 봐 급하게 눌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세면대 앞 삼 초 사이에 일어났다. 다음부턴 좀 나가서 눌러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오늘 또 그랬다. 나는 아무래도 화장실 결재자로 남을 운명인가 보다.

직장 ·

반려 화분한테 매일 아침 인사하는데 이름을 아직도 못 정했다

석 달 전에 데려온 화분이다. "얘"라고 부른다. 이름을 지어주려고 열 개도 넘게 생각해봤는데 다 별로였다. 오늘 아침엔 "잘 잤어? 오늘도 광합성 파이팅"이라고 했다. 근데 이 화분은 내가 말 걸어준 뒤로 확실히 더 잘 자란다.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냥 내가 덜 외로워졌을 뿐인지도 모른다. 계속 말 걸 거다.

일상 ·

오늘은 아무에게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늘 괜찮다고 했습니다. 설명하기 귀찮기도 했고,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오늘 점심에 동료가 같은 질문을 했는데 처음으로 “별로 안 괜찮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상대가 당황할 줄 알았는데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한 잔 사줬어요. 이유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 십 분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분위기를 망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멈추지도 않았고 저를 약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지도 않았어요. 앞으로 매번 솔직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괜찮지 않은 사람으로 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일상 ·

폭우가 예보된 날에도 정시 출근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아침부터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고 재난문자도 계속 왔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별다른 안내가 없었어요. 지하철이 지연돼 늦을 것 같다고 연락했더니 “다른 직원들은 미리 출발했다”는 답이 왔습니다. 결국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나와서 젖은 신발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업무 대부분은 노트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날만이라도 출근 시간을 늦추거나 재택근무를 선택하게 하면 안 되는 걸까요. 회사 입장에서는 기준을 세우기 어렵겠지만, 위험을 감수하며 정시에 도착하는 사람이 성실한 직원이라는 생각은 이제 바뀌었으면 합니다.

사회 ·

친구가 힘들 때마다 저를 찾는데 좋은 친구이고 싶지 않습니다

십 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가 있습니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저에게 전화해요. 새벽에도 받고, 같은 이야기를 몇 시간씩 들어준 적도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힘들어서 연락하면 답장이 늦거나 “너는 잘 해결할 것 같다”는 말로 끝납니다. 이번에도 그 친구가 울면서 전화했는데 받지 않았습니다. 화면에 뜬 이름만 보고 휴대폰을 뒤집어놨어요. 미안한 마음보다 지쳤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우정은 힘들 때 지켜주는 거라고 배웠는데, 한 사람만 계속 지켜주는 관계도 우정일까요. 이제는 좋은 친구보다 편안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관계 ·

배달비가 아니라 수수료 구조를 우리가 너무 모르고 쓰는 것 같아요

점심 주문하려고 앱을 켰다가 그냥 닫았습니다. 음식값, 배달비, 서비스비, 할인쿠폰, 최소주문금액이 한 화면에 섞여 있으니까 내가 싼 걸 고르는 건지 비싼 걸 싸게 보이게 만든 걸 고르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가게도 힘들고 배달하는 사람도 힘들고 소비자도 비싸다고 느끼는데, 정작 플랫폼 구조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편해서 쓰는 건 맞습니다. 저도 씁니다. 그런데 편리함이 계속 이렇게 복잡한 계산서로 돌아오면 언젠가는 다 같이 지치는 것 아닐까요. 앱이 총액과 수수료를 더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배달앱 가격, 아직 납득되세요?

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