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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JU.KR · ARCHIVE

진주.kr 전체 글

일상, 관계, 마음, 책에 관한 공개 의견을 최신순으로 모았어요. 새 글은 검색 공개 유예 시간이 지난 뒤 이 목록에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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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감시까지 자연스러워지는 게 무섭습니다

회사에서 생산성 도구를 더 쓰자고 합니다. 처음엔 좋았습니다. 반복 업무 줄고, 회의록 정리되고, 자료 찾는 속도도 빨라졌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누가 얼마나 응답했는지, 어떤 시간에 접속했는지, 얼마나 처리했는지가 다 숫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효율을 높이자는 말이 감시를 쉽게 만드는 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과 계속 측정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같이 있습니다. 도구는 편한데, 그 도구가 나를 평가하는 눈이 되는 건 불편합니다. 회사의 업무 데이터 활용은 어디까지 괜찮다고 보세요?

직장 ·

병원도 은행도 앱으로 하라는데, 못 하는 사람은 어디로 가나요

요즘은 예약도, 번호표도, 서류도 다 앱으로 하라고 합니다. 저는 어떻게든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 대신 해드릴 때마다 생각합니다. 이걸 혼자 해야 하는 사람은 그냥 포기하겠구나. 앱이 편한 건 맞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고, 종이를 줄이고, 기록도 남습니다. 문제는 앱이 유일한 문이 될 때입니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말이 멋있어도 누군가에게는 “당신은 알아서 빠지세요”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최소한 병원, 은행, 공공기관 같은 곳은 사람에게 물어볼 수 있는 창구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리함이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오지는 않으니까요.

사회 ·

사과문이 길어질수록 진심은 왜 더 안 보일까요

요즘 논란이 생기면 사과문이 정말 빨리 올라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문장이 길고 완벽할수록 마음이 덜 움직일 때가 있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같은 말이 너무 익숙해서 그런가 봅니다. 사과는 잘 쓴 문장이 아니라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말하고, 피해를 어떻게 회복할지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아도 자기 잘못을 정확히 인정하는 사과가 더 낫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어떤 사과문을 보면 진짜라고 느끼세요?

질문 ·

사내 공지에 “왜”를 한 줄만 붙여주세요

공지가 내려올 때마다 “무엇을”만 있고 “왜”가 없습니다. 프로세스가 바뀌었다, 서식이 바뀌었다, 이렇게 하라. 이유 한 줄이 없어서 사람들은 뒤에서 추측하고, 추측은 대부분 나쁜 쪽으로 흐릅니다. 공지 맨 아래 “이렇게 바꾸는 이유는 ~ 때문입니다” 한 문장이면 됩니다. 쓰는 데 십 초, 아끼는 건 조직 전체의 뒷말 에너지입니다. 어디 회사인지는 안 밝히지만 우리 회사 담당자분이 이 글을 우연히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안 ·

회식이 자유 참석이면 불참도 자유여야 하는 거 아닌가요

팀장이 이번 회식은 자유 참석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날 오래전부터 잡아둔 가족 일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요즘 개인주의가 심하다”, “팀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농담처럼 계속 듣습니다. 자유 참석이라면서 빠진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설명해도 눈치를 받아야 한다면 사실상 의무 참석 아닌가요. 회식 자체가 싫은 건 아닙니다. 가고 싶은 날에는 즐겁게 갑니다. 다만 퇴근 후 시간까지 회사에 충성심을 증명하는 데 쓰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너무 딱딱한 건지, 회사가 자유라는 말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직장 ·

모임 끝날 때 “오늘의 한 문장”을 돌리면 좋습니다

독서모임 운영하면서 알게 된 건데, 끝날 때 각자 오늘 가장 남은 문장 하나씩만 말하고 헤어지면 모임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잘 말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고, 한 문장이라 다 듣게 되고, 이상하게 그 마지막 한 바퀴에서 제일 진심이 나와요. 회식, 스터디, 가족 여행 마지막 날에도 됩니다. “오늘 뭐가 남았어?” 이 질문 하나 돌리는 데 오 분이면 충분합니다.

제안 ·

부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재테크 책 읽고 유튜브 보고 몇 년을 그렇게 살다가 어제 문득 계산해봤다. 내가 원하는 삶에 실제로 얼마가 필요한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돈 걱정하는 상태를 끝내고 싶었던 거였다. 그 둘이 다르다는 걸 아는 데 몇 년이 걸렸네. 목표 금액을 낮추니까 이상하게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진다. 닿을 수 있는 목표라는 게 이렇게 힘이 세다.

돈 ·

“텅장”이라고 웃으면서 말하는데 저는 진짜 텅장입니다

친구들 모임에서 다들 “월급 들어오자마자 텅장ㅋㅋ” 하면서 웃는데, 저는 그 텅장이 웃을 일이 아니어서 조용히 따라 웃기만 했습니다. 카드값, 월세, 보험료 빠지고 나면 정말 숫자가 세 자리로 남습니다. 남들은 재테크 얘기하는데 저는 그 대화에 낄 말이 없어요.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건 아는데, 그 순간마다 혼자 작아집니다. 저처럼 진짜 텅장인 분, 그 자리에서 어떻게 버티세요.

돈 ·

축의금 보내고 연락처를 지웠다

십오 년 지기 친구 결혼식이었다. 청첩장은 모바일로 왔고, 나는 못 간다고 했고, 축의금을 보냈고, 고맙다는 답장이 왔다. 거기까지 하고 연락처를 지웠다. 싸운 적도 없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언제부터 우리가 축의금으로만 연결된 사이였을까. 지우고 나서 후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담하다. 우정에도 정년이 있다면 우리는 명예롭게 퇴직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잘 살아라 친구야. 진심이다.

관계 ·

신입이 나보다 일을 잘한다

경력 팔 년 차. 올해 들어온 신입이 나보다 잘한다. 문서도 빠르고 새 툴도 금방 익히고 회의에서 하는 말도 정확하다. 처음엔 기특했고 그다음엔 불편했고 지금은 인정한다. 인정하고 나니까 오히려 편해졌다. 어제는 그 친구한테 물어봤다. 그거 어떻게 한 거냐고. 팔 년 차가 일 년 차한테 물어보는 데 필요한 용기가 생각보다 컸는데, 물어보고 나니 별거 아니었다. 자존심은 좀 상했고, 일은 배웠다. 남는 장사다.

직장 ·

이불 밖은 위험해, 를 삼 년째 실천 중

주말 오전을 통으로 침대에서 보낸다. 폰 하다가 자다가 또 폰 하다가. 사람들은 “그렇게 누워만 있으면 더 피곤해”라고 하는데, 저는 이 시간이 일주일 중 유일하게 아무것도 증명 안 해도 되는 시간이라 좋습니다. 씻지도 않고, 생산적이지 않고, 그냥 존재만 합니다. 월요일이 되면 다시 일어나서 뭐라도 하는 사람이 되겠죠. 그러니까 일요일 하루쯤은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어도 되지 않을까요. 오늘도 이불 속에서 이 글을 씁니다. 편안합니다.

일상 ·

무인매장 경고문, “훔치면 신고합니다” 대신 다른 말을 써보자

“저희는 여러분을 믿습니다”로 시작하는 무인매장을 딱 한 곳 본 적이 있다. 나머지는 다 “절도 시 형사처벌”, “CCTV 24시간 녹화 중”이다. 경고문의 효과는 비슷하다는 얘기도 있고, 실제로 절도율 차이도 크지 않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굳이 손님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문구를 기본값으로 둘 이유가 있을까. 신뢰를 전제로 한 문구가 오히려 신뢰를 만든다는 게 그 매장 사장님 말이었다. 제안: 경고 문구 하나를 신뢰 문구로 바꿔보자. “저희는 여러분의 정직을 믿습니다. 그 믿음이 이 매장을 지킵니다” 같은 식으로. 비용은 문구 수정 하나, 효과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매장에 들어설 때 범죄자 취급받는 기분보다는, 믿음받는 기분이 낫지 않을까.

제안 ·

연애 예능 보면서 새벽 두 시에 라면 먹는 삼십대 남자의 기록

오늘도 봤다. 처음 보는 남녀가 사흘 만에 손잡는 걸 보면서 나는 컵라면 뚜껑을 열었다. 화면 속에서 누가 고백하고, 나는 후루룩 먹었다. 웃긴 게 뭔지 아나. 나는 저 사람들을 응원하고 있다. 진심으로. 저기 나온 남자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국물을 마시는 삼십사 년 모쏠. 이게 나다. 내 문제는 안다. 시도를 안 한다. 소개팅 들어오면 그 주에 야근이 생기고, 야근이 없으면 몸살이 나고, 몸살이 없으면 "이번엔 좀 아닌 것 같아"라고 한다. 다 핑계다. 진짜 이유는 하나다. 거절당하는 게 무서워서 시작을 안 하면, 실패한 적 없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 나는 삼십사 년 동안 무패다. 경기를 안 뛰었으니까. 예능이 나쁜 게 아니다. 저건 남의 연애를 구경하면서 내 연애를 미루는 알리바이다. 오늘도 두 시간 봤고, 그 두 시간이면 소개팅 앱 프로필 사진을 골랐겠지. 사진 고르는 게 무서워서 남의 고백을 보고 있다. 그래서 오늘 여기다 쓴다. 다음 주에 소개팅 들어오면 나간다. 야근이 있어도, 몸살이 나도, 아닌 것 같아도. 나가서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커피값 내가 내고 올 거다. 그게 내 첫 패배다. 첫 패배를 하러 간다. 삼십사 년 무패, 오늘로 끝낸다.

관계 ·

월급이 올랐는데 생활은 왜 더 빠듯해졌을까요

작년보다 월급이 조금 올랐습니다. 숫자만 보면 분명 나아졌는데 생활은 더 빠듯해졌어요. 장 볼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외식은 줄였고, 배달 앱도 거의 지웠습니다. 그래도 월말이 되면 남는 돈은 예전보다 적습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돈을 막 쓰는 것처럼 절약부터 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절약할 항목을 찾으려고 카드 내역을 보면 월세, 보험료, 교통비, 식비뿐이에요. 요즘은 월급이 적어서 힘든 건지, 평범하게 사는 비용이 너무 커진 건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생활이 나아졌다는 걸 어디에서 느끼시나요?

돈 ·

아이 낳고 알았다. 나는 취직을 했다

출산하고 육 개월. 남편은 좋은 사람이다. 폭력도 없고 술도 안 마시고 월급도 꼬박꼬박 넣는다. 근데 어제 새벽 세 시에 아기 울음소리에 나만 깼다. 여섯 번째 그런 날이었다. 옆에서 그 사람은 잘 자고 있었다. 나는 그 얼굴을 한참 봤다. 우리 집에서 육아는 내 일이고, 그 사람은 "도와주는" 사람이다. 도와준다는 그 단어. 자기 일이면 도와준다고 안 하지. 화를 내면 이렇게 말한다. "그럼 말을 하지, 말하면 내가 하잖아." 그래서 말한다. 기저귀, 분유, 예방접종 날짜, 어린이집 서류. 매번 말하는 것도 일이라는 걸 이 사람은 죽어도 모른다. 이해는 한다. 자기 아버지가 그렇게 살았고, 그 기준으로 보면 자기는 훨씬 나은 남편이니까. 근데 그 비교 대상이 왜 자기 아버지인가. 옆에서 육 개월째 못 자는 나는 비교 대상이 아닌가. 오늘 처음으로 남편한테 이 얘기를 그대로 하려고 한다. 여기다 먼저 써보는 건 연습이다. 화 안 내고 말할 거다. 세 번은 갈 거다. 세 번 해도 안 되면 그땐 다른 얘기를 하겠지. 오늘은 첫 번째다.

관계 ·

당근, 사기 피해자 전용 전화 창구 하나만 열어라

요구는 하나다. 전 문의 콜센터가 아니라, 사기·분쟁 피해자 전용 긴급 전화 창구. 상담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접수됐습니다, 저희가 봅니다"라는 육성 한 마디면 된다. 왜냐면 내가 겪어봤기 때문이다. 25만 원 선입금 사기를 당하고 떨리는 손으로 고객센터 번호를 검색했는데, 없다. 블로그 열 개가 전부 "당근은 전화 상담을 운영하지 않습니다"로 시작한다. 앱 1:1 문의의 답은 하루 만에 왔고 정중했다. 요약하면 — 신고는 접수됐고, 계정은 제재될 수 있고, 환불은 경찰서 가시라. 이해한다. 수천만이 쓰는 앱이 전화를 다 받을 수 없다는 것도, 플랫폼이 남의 돈을 물어줄 수 없다는 것도. 근데 거래가 잘될 땐 "따뜻한 동네"고 거래가 깨지면 "저희는 중개만 합니다"인 건 이상하지 않나. 따뜻함도 중개만 하는 건가. 그날 나는 경찰서에서 처음 고소장을 써봤다. 이제 나는 고소장 쓸 줄 아는 사람이다. 당근 덕분에 어른이 됐다.

제안 ·

당근에 시니어 전용 전화 접수를 제안한다

제안: 시니어·긴급 건 전용 전화 접수 라인 하나. 상담이 아니어도 된다. 접수만 사람이 받아줘도 된다. 이유는 우리 아버지다. 당근에서 산 히터가 고장 난 채로 왔고, 판매자는 답이 없고, 아버지는 나한테 전화하셨다. "고객센터 번호 좀 찾아봐라." 오 분 뒤 나는 인생에서 가장 이상한 문장을 말하게 됐다. "아버지, 이 회사는 전화가 없어요." "회사가 전화가 없어?" "앱으로 문의해야 해요." "앱 어디?" "나의당근 누르시고, 설정 누르시고, 고객센터 누르시고, 문의하기 누르시고, 유형 고르시고, 스크린샷 첨부하시고..."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그 침묵의 뜻을 안다. 포기다. 결국 내가 원격으로 봐드리며 삼십 분 걸려 접수했다. 답변은 친절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아버지 혼자 할 수 있는 단계가 하나라도 있었나. 스마트폰이 어려운 사람에게 "앱으로 문의하세요"는 "문의하지 마세요"와 같은 말이다. 동네 앱이라면서. 우리 동네엔 우리 아버지도 산다.

제안 ·

당근 신고에 사건번호를 달아달라

제안 세 가지. ① 신고 건마다 사건번호 발급 ② 앱에서 처리 단계 조회(접수→검토→조치 완료, 3단계면 충분) ③ 조치 완료 시 알림 한 번. 택배 조회 수준의 투명성을 신고 처리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지금은 신고를 넣으면 그다음이 없다. 접수됐다는 답 이후로 내 신고가 어디쯤 가는지, 그 계정이 제재됐는지, 끝났는지 진행 중인지 알 길이 없다. 택배도 송장번호가 있고 민원도 접수번호가 있는데, 내 25만 원짜리 사건은 번호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은 문의를 또 넣는다. 궁금하니까. 처리는 더 밀리고, 회사는 더 바빠지고, 이용자는 더 답답해지는 악순환. 80명이 12시간 안에 답한다는 회사가 이걸 모를 리 없다. 내 신고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감각 — 플랫폼 신뢰는 거기서 시작된다. 참고로 내 사건은 두 달째 상태를 모른다. 이 글이 내 사건번호다.

제안 ·

ARS 첫 안내에 상담사 연결 번호를 넣어라

제안: 모든 ARS의 첫 번째 안내에 상담사 연결 번호를 의무 고지하자. 금융권 일부엔 이미 비슷한 규정이 있다. 전 업종으로 넓히는 건 법 한 줄이면 된다. 지금 콜센터 구조는 전부 같다. 상담사 연결은 항상 마지막 번호고, 그 앞에 광고와 앱 설치 권유와 "홈페이지에서도 가능합니다"가 3분 동안 나온다. 홈페이지에서 안 되니까 전화한 건데. 이해한다. 통화량을 줄여야 상담 비용이 준다는 것도, 간단한 건 자동화가 빠르다는 것도. 근데 상담사 번호를 일부러 맨 뒤에 숨기는 건 절감이 아니라 설계된 지연 아닌가. 기업엔 절감이고 이용자에겐 강탈이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이 미로는 사실상 서비스 차단이다. 기다리는 건 참을 수 있다. 기다리게 만들려고 설계한 건 참을 이유가 없다.

사회 ·

정부가 이미 가진 서류, 국민에게 요구하지 마라

제안: "정부 보유 정보 요구 금지" 원칙의 법제화. 행정·금융기관이 정부가 이미 보유한 정보를 국민에게 서류로 요구하면 그 자체를 위반으로 본다. 필요하면 본인 동의 버튼 하나로 기관 간 조회한다. 지난주에 대출 하나 받으면서 등본, 초본, 소득증명, 건강보험 납부확인서를 뗐다. 전부 정부 전산에 있는 정보다. 정부는 알고, 은행은 조회할 수 있고, 행정정보 공동이용이라는 제도도 이미 있다. 그런데 나는 발급 사이트를 순례하며 PDF를 모아 바쳤다. 이해한다. 기관 입장에선 서류를 받아두는 게 책임이 제일 적다는 것도. 근데 제도가 있는데 안 쓰고, 그 불편을 전부 국민한테 넘기는 건 이상하지 않나. 연간 수억 건의 발급, 그걸 떼는 시간, 확인하는 인건비가 전부 낭비다. 기술은 십 년 전에 완성됐다. 부족한 건 서버가 아니라 의지다.

사회 ·

대학병원은 진료 후 48시간 질문권을 달라

제안 두 가지. ① 진료 후 48시간 안에 쓸 수 있는 서면 질문권 — 진료과에 질문 1회를 보내고 답을 받는다. 의료진 부담을 고려해 건수 제한을 둬도 좋다. ② 오늘 들은 진료 내용을 요약 문자 한 통으로 보내주는 것. 이미 하는 병원들이 있다. 어머니 진료에 따라가봤다. 예약까지 3주, 당일 대기 1시간 40분, 진료 3분. 교수님 잘못은 없다. 오전에만 수십 명이 배정되는 구조에서 그분의 최선이 3분이다. 문제는 그 3분 안에 검사 결과 듣고, 질문하고, 다음 계획까지 정해야 한다는 것. 환자는 집에 와서야 물어볼 걸 떠올리고, 그 질문은 갈 곳이 없다. 다시 3주짜리 예약을 잡거나 포기하거나. "물어볼 곳이 있다"는 사실 하나가 환자를 살린다. 3분 진료를 당장 못 고치면, 3분 뒤라도 열어달라.

사회 ·

은행, 거점 지점만이라도 저녁에 열어라

제안: 지점 전부가 아니어도 된다. 권역별 거점 지점의 주 1회 저녁 7시 운영, 또는 토요일 오전 운영. 은행원의 총 노동시간은 그대로 두고 교대 배치만 바꾸면 된다. 유럽 일부와 일본에 이미 사례가 있다. 은행은 9시에 열고 4시에 닫는다. 직장인이 은행에 갈 수 있는 시간은 점심 한 시간뿐이고, 그 시간엔 전 직장인이 같은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점심의 은행은 번호표 40번 대기고, 오후 반차 사유가 "은행 업무"인 나라가 됐다. 앱으로 다 된다는 반론, 안다. 근데 안 되는 일이 꼭 있다. 대출 서류, 상속, 착오 송금, 그리고 앱이라는 문 자체가 벽인 어르신들. 은행이 문 닫는 시간에 일하는 사람들의 예금으로 은행은 굴러간다. 고객의 시간에 맞추는 것, 그게 서비스업의 정의 아니었나.

돈 ·

퇴사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라지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 회의에서 팀장이 내가 낸 기획안을 자기 아이디어처럼 말했다. 이상하게 그 순간 화가 나지 않았다. “아, 또 그러네.” 그게 전부였다. 예전 같으면 얼굴이 뜨거워지고 바로 따졌을 텐데, 이제는 마음이 먼저 꺼지는 느낌이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회사가 싫은 게 아니라 아무래도 상관없어진 내가 낯설었다. 내 아이디어를 뺏겼는데도 반응할 힘이 없다는 게 더 무서웠다. 내일은 뭐라도 한마디 해보려고 여기 먼저 연습해둔다. “그 기획, 제가 낸 겁니다.” 열 글자인데 왜 이렇게 무겁냐.

직장 ·

엄마, 나 사실 그 학원 안 다녔어

이십 년 전 얘기다. 엄마가 어렵게 보내준 영어학원, 나 사실 세 달 동안 안 갔어. 학원비 받아서 친구들이랑 떡볶이 먹고 오락실 갔어. 엄마는 아직도 내가 영어를 곧잘 하는 게 그 학원 덕인 줄 안다. 사실은 나중에 미안해서 혼자 죽어라 공부한 거야. 그 죄책감이 이상하게 공부를 시켰다. 이 말을 이십 년째 못 하고 있다. 엄마가 이 글을 볼 리 없는데도 쓰면서 손에 땀이 난다. 근데 쓰고 나니까 좀 살 것 같네. 엄마 미안해. 그리고 그때 떡볶이는 진짜 맛있었어.

관계 ·

월급 받으면 이틀은 부자, 남은 28일은 왜 이럴까요

30대 중반이고 남들 보기엔 멀쩡히 삽니다. 그런데 월급날마다 똑같아요. 이틀 정도는 기분 좋게 씁니다. 밀린 카드값 나가고, 보험료 나가고, 대출이 빠지고 나면 그때부터 다시 숫자만 세면서 살아요. 적금도 하고 아낀다고 아낍니다. 배달도 줄이고, 커피도 줄이고, 충동구매도 많이 줄였어요. 그런데 통장은 늘 제자리입니다. 제가 궁금한 건 돈 모으는 법만은 아닙니다. 다들 이 불안을 어떻게 견디면서 사는지가 궁금합니다. 돈이 없어서 불안한 건지, 불안해서 돈에 더 집착하는 건지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돈 ·

새벽 다섯 시에 깨는 사람

요즘 매일 새벽 다섯 시에 깬다. 알람도 없이. 눈을 뜨면 천장을 보면서 오늘 할 일이 아니라 십 년 전에 한 실수 같은 걸 생각한다. 회식에서 했던 썰렁한 농담, 잘못 보낸 문자, 괜히 차갑게 말했던 순간 같은 것들. 웃긴 건 그 시간에 떠오르는 실수들이 하나같이 별거 아니라는 거다. 남들은 기억도 못 할 텐데 나는 혼자 새벽마다 다시 재생한다. 오늘은 그냥 일어나서 이 글을 쓴다. 다섯 시에 깨는 사람 또 있으면 손. 우리 뭐라도 같이 하자. 라디오라도 듣든가.

일상 ·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 안 했습니다

어제 퇴근길, 어르신이 앞에 섰는데 자리 양보를 안 했습니다. 그날 열두 시간 서서 일했고 다리가 후들거렸거든요. 눈 감고 자는 척했습니다. 내릴 때 뒤통수가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저는 그날의 저를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매일 양보하며 살아왔고 어제 하루 못 한 거니까요. 이 말을 어디 가서 하겠어요. 착한 사람인 척하는 게 제일 피곤한 날이 있잖아요. 여기니까 씁니다. 어제의 저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정말 지친 사람이었습니다.

사회 ·

로또 2등 당첨금을 숨긴 남편, 이건 그냥 개인 돈일까요?

며칠 전 남편 통장에서 처음 보는 큰 금액을 봤어요. 4천만 원이 조금 넘게 들어와 있길래 적금이 만기됐나 싶어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한참 머뭇거리다가 석 달 전에 로또 2등에 당첨됐다고 하더라고요. 당첨금은 5천만 원대였고, 세금 떼고 4천만 원 정도 받았답니다. 그런데 그걸 저한테 한마디도 안 하고 숨긴 거예요. 더 속상한 건 이미 천만 원 가까이 썼다는 겁니다. 친구한테 돈도 빌려주고, 자기 카드값도 갚고, 평소 사고 싶었던 시계까지 샀더라고요. 저희는 아직 주택대출도 남아 있고, 아이들 교육비 때문에 매달 빠듯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장 보면서도 몇 천 원 차이 보고 고민하는데, 남편은 큰돈이 생긴 걸 혼자 알고 혼자 쓴 거죠. 남편은 “내가 산 복권이고, 내가 당첨된 돈인데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냐”고 합니다. 저는 돈 자체보다 숨겼다는 게 더 크게 느껴져요. 복권 당첨금이 부부 공동의 돈인지, 개인 행운으로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같이 사는 사람에게 석 달 동안 말하지 않은 건 선을 넘은 것 같아요. 이 정도면 제가 예민한 걸까요? 아니면 부부 사이에서 당연히 공유했어야 하는 돈일까요? 🔵 OK — 당첨금이라도 부부 생활비와 대출이 있으면 공유했어야 한다 🔴 NOT OK — 본인이 산 복권이고 당첨된 돈이면 일부는 개인 돈으로 볼 수 있다

관계 ·

하루 만에 말이 바뀌는 국제 뉴스, 우리는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이야기가 나왔다가 하루 만에 다시 바뀌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멀리 있는 국제 뉴스 같지만 기름값, 물류비, 장바구니 가격까지 결국 우리 생활로 돌아오는 문제라 그냥 넘기기 어렵습니다. 요즘은 큰 결정을 던져놓고 시장과 여론 반응을 본 뒤 말을 바꾸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에 불안은 사람들이 먼저 떠안는다는 겁니다. 국제정치가 원래 그런 거라고 하기엔, 말 한마디에 돈이 움직이고 일상이 흔들립니다. 우리는 이런 뉴스를 볼 때 어디까지 걱정해야 할까요?

사회 ·

AI 주식 열풍이 흔들릴 때, 뒤늦게 탄 사람만 불안해진다

AI 반도체가 앞으로도 중요하다는 말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가가 너무 빨리 오르면 좋은 회사도 무섭게 느껴집니다. 누군가는 벌써 이익을 챙기고, 누군가는 이제야 들어가서 매일 차트를 새로고침합니다. 문제는 “AI는 미래다”라는 말과 “지금 이 가격이 맞다”는 말이 다르다는 겁니다. 미래가 커도 내가 산 가격이 너무 높으면 그 미래를 버티기 어렵습니다. 투자는 결국 믿음보다 생존의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AI 주식 조정이 기회라고 보시나요, 경고라고 보시나요?

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