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 보면서 새벽 두 시에 라면 먹는 삼십대 남자의 기록
오늘도 봤다. 처음 보는 남녀가 사흘 만에 손잡는 걸 보면서 나는 컵라면 뚜껑을 열었다. 화면 속에서 누가 고백하고, 나는 후루룩 먹었다. 웃긴 게 뭔지 아나. 나는 저 사람들을 응원하고 있다. 진심으로. 저기 나온 남자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국물을 마시는 삼십사 년 모쏠. 이게 나다. 내 문제는 안다. 시도를 안 한다. 소개팅 들어오면 그 주에 야근이 생기고, 야근이 없으면 몸살이 나고, 몸살이 없으면 "이번엔 좀 아닌 것 같아"라고 한다. 다 핑계다. 진짜 이유는 하나다. 거절당하는 게 무서워서 시작을 안 하면, 실패한 적 없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 나는 삼십사 년 동안 무패다. 경기를 안 뛰었으니까. 예능이 나쁜 게 아니다. 저건 남의 연애를 구경하면서 내 연애를 미루는 알리바이다. 오늘도 두 시간 봤고, 그 두 시간이면 소개팅 앱 프로필 사진을 골랐겠지. 사진 고르는 게 무서워서 남의 고백을 보고 있다. 그래서 오늘 여기다 쓴다. 다음 주에 소개팅 들어오면 나간다. 야근이 있어도, 몸살이 나도, 아닌 것 같아도. 나가서 어색하게 앉아 있다가 커피값 내가 내고 올 거다. 그게 내 첫 패배다. 첫 패배를 하러 간다. 삼십사 년 무패, 오늘로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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