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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JU.KR · ARCHIVE

진주.kr 전체 글

일상, 관계, 마음, 책에 관한 공개 의견을 최신순으로 모았어요. 새 글은 검색 공개 유예 시간이 지난 뒤 이 목록에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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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여행비를 정산했는데 제 운전 여섯 시간은 무료였습니다

친구 넷이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 차로 왕복 여섯 시간을 운전했고, 주유비와 통행료와 주차비는 정확히 4등분했습니다. 정산표가 깔끔해서 한참 보다가 알았습니다. 제 허리와 집중력은 무료 항목이었습니다. 친구들은 피곤하면 말하지 그랬냐고 했지만,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운전대를 넘길 수도 없었어요. 친구들과 즐겁게 다녀온 여행이라 돈 몇 만 원을 더 받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다만 운전한 사람의 수고가 숫자 밖으로 사라진 기분은 남았습니다. 운전한 사람은 식비나 숙박비를 조금 덜 내는 게 맞을까요, 돌아가며 운전하면 충분할까요?

관계 ·

가족 단톡방 사진 42장에 하트 하나만 눌렀다가 무슨 일 있냐는 전화가 왔습니다

부모님이 여행을 가셔서 가족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셨습니다. 바다 11장, 회 8장, 서로 찍어준 사진 17장, 정체를 알 수 없는 구름 6장이었습니다. 저는 회의 중이라 하트 하나만 눌렀는데 저녁에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너 오늘 기분 안 좋아?’ 사진을 다 본 마음과 반응 버튼을 다 누를 체력은 꼭 같은 양이 아닌데, 가족 단톡방에서는 침묵이 자꾸 걱정으로 번역됩니다. 가족 단톡방의 반응은 애정 표현일까요, 조용한 출석 확인일까요?

관계 ·

휴가 다녀온 동료는 잘 쉬었고, 남은 저는 그 사람 일까지 잘했습니다

같은 팀 동료가 일주일 휴가를 갔습니다. 급한 일만 봐달라고 했는데 급한 일은 왜 늘 번식력이 좋은지, 금요일에는 제 일보다 그 사람 일이 더 많았습니다. 오늘 동료가 돌아와 ‘덕분에 진짜 푹 쉬었다’고 웃는데 저도 웃었습니다. 입은 웃고 어깨는 결재를 기다리는 표정이었습니다. 휴가는 당연히 편히 다녀와야 하죠. 다만 대신한 사람의 시간도 누군가 챙겨줬으면 합니다. 대체업무를 맡은 사람에게 반차나 수당 같은 보상이 있어야 할까요, 팀이면 서로 해주는 게 맞을까요?

직장 ·

단골 미용사가 제 머리를 망쳤는데 다음 예약도 잡았습니다

5년 동안 다닌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봐도 이상합니다. 앞머리는 너무 짧고 양쪽 길이도 조금 달라요. 미용사는 오늘 유난히 손님이 몰렸다며 미안해했고 비용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말한 뒤 다음 달 예약까지 잡고 나왔어요.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괜찮은 것은 제 성격뿐이었습니다. 한 번의 실수는 웃고 넘어가야 할까요? 아니면 오래된 단골이라도 솔직하게 말하고 다른 미용실을 찾아야 할까요?

질문 ·

폭염에 편의점에서 생수만 사고 한 시간을 쉬어도 될까요

낮에 편의점에 갔는데 한 어르신이 생수 한 병을 앞에 두고 테이블에서 오래 쉬고 계셨습니다. 직원은 식사하는 손님들이 자리를 찾는다며 이제 나가달라고 했어요. 밖은 걷기 어려울 정도로 더웠고 주변에 폭염쉼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편의점도 냉방비와 임대료를 내는 가게이니 누구에게나 무료 쉼터가 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위험한 더위에는 생수 한 병을 산 사람에게 잠시 머물 공간을 내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민간 가게의 배려에 기대야 할까요, 동네마다 제대로 된 쉼터를 더 마련해야 할까요?

사회 ·

이혼 이야기가 나온 뒤 30일만 다시 같은 편이 되어봤습니다

결혼 12년 차인데 지난겨울부터 부부 대화가 ‘택배 왔어’, ‘분리수거 오늘이야’ 정도로 줄었습니다. 아내는 직장과 어머니 병원 일을 함께 감당했고, 저는 수입이 줄었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괜히 늦게까지 일하는 척했습니다. 같은 집에 살면서 서로의 사정만 모르는 상태였어요. 어느 날 제가 냉동실 문을 덜 닫아 음식이 녹았습니다. 아내는 냉동만두보다 먼저 폭발했고 저도 ‘이렇게 살 거면 이혼하자’고 받아쳤습니다. 싸움의 시작은 냉동실이었지만 그동안 얼어 있던 말들이 전부 쏟아졌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이혼이나 별거를 결정하기 전에 30일만 생활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저녁마다 휴대전화 없이 20분 걷기, 일요일에는 돈과 집안일을 함께 확인하기, 대화를 ‘당신은 맨날’이 아니라 ‘나는 요즘’으로 시작하기가 규칙이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산책하면서 날씨와 남의 집 강아지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셋째 주쯤 아내는 병원비와 간병이 무섭다고 말했고, 저는 일이 줄어든 사실과 실패한 사람처럼 보일까 두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미워서 멀어진 게 아니라 지친 마음을 각자 숨기느라 멀어졌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이후 병원 이동은 제가 맡고, 고정비는 함께 줄이고, 화요일은 요리하지 않는 날로 정했습니다. 싸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누가 이길지가 아니라 무엇이 우리를 지치게 했는지 먼저 묻습니다. 어제 제가 또 냉동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문에 ‘냉동만두도 부부상담 중’이라고 붙여놓아 둘이 한참 웃었어요. 관계를 살린 것은 거창한 약속보다 다시 같은 편이 되기 위한 작은 생활 규칙이었던 것 같습니다.

관계 ·

월급이 끊긴 석 달 동안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에 걸었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아 8년 만에 실직자가 됐습니다. 통장 잔액보다 먼저 무서웠던 건 배우자가 저를 실망한 사람으로 볼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첫 주에는 하루 종일 채용 공고만 들여다봤고, 배우자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밤마다 부업 화면을 열어봤습니다. 돈 이야기를 꺼내면 저는 ‘미안해’를 반복하고 배우자는 ‘괜찮아’를 반복했습니다. 둘 다 진심이었지만 대화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어느 저녁 배우자가 ‘우리 통장 잔액만 보지 말고 오늘 남은 체력도 보자’며 동네를 걷자고 했습니다. 그날부터 매일 20분씩 걸으며 각자 걱정 한 가지와 다음 날 할 일 한 가지만 말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루 한 번으로 제한했고, 우리는 이 산책을 ‘잔액회의’라고 불렀습니다. 회의실은 매일 놀이터 앞에서 끝났고요. 함께 구독 서비스를 줄이고 쓰지 않던 실내자전거도 팔았습니다. 몇 년 동안 빨래걸이였던 자전거가 처음으로 가계에 기여한 날이었습니다. 저는 단기 일을 하며 면접을 다녔고, 배우자는 제 이력서를 봐주면서 탈락 문자가 온 날 도시락에 ‘불합격은 회사 의견, 내 평가는 채용 확정’이라고 적어줬습니다. 석 달 뒤 새 직장을 구했습니다. 첫 월급날에는 거창한 외식 대신 편의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들고 늘 걷던 길을 다시 걸었어요. 힘든 시간이 예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서로를 비용이나 실패로 계산하지는 않았습니다. 위기 때 같은 편이라는 걸 알려준 작은 행동이 여러분에게도 있었나요?

돈 ·

아내가 또 가출 했어요

살림 합친지 7개월 동안 수시로 아내가 가출 하네요 이젠 지치네요 날도 덥고 자기길 가길 바래야 하나요?

일상 ·

낮 39도에 배달을 시키는 것도 민폐일까요

냉장고가 비어 배달앱을 열었다가 오늘 낮 기온이 39도까지 오른다는 예보를 봤습니다. 시원한 집에서 버튼 하나 누르면 누군가는 뜨거운 도로를 달려와야 한다는 생각에 주문을 멈췄어요. 그런데 주문하지 않는다고 배달기사의 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수입만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정확한 주소를 적고 조금 늦어도 재촉하지 않으며 시원한 물을 건네는 편이 더 나을까요? 아니면 위험한 시간에는 플랫폼이 주문 자체를 제한해야 할까요?

일상 ·

집값 평균은 잠잠하다는데 제 동네는 왜 계속 멀어질까요

전국 집값 상승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지 않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그런데 서울 상위권 주택만 놓고 보면 1년 사이 20% 넘게 올랐다는 조사도 함께 나왔어요. 저는 월급을 모아도 전세 보증금 올리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평균이 안정됐다는 말과 제가 체감하는 현실이 너무 달라서, 대체 그 평균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고가 주택 몇 곳의 상승을 잡기 위해 전체 대출을 조이면 평범한 실수요자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죠. 집값 정책은 전국 평균을 봐야 할까요,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을 따로 겨냥해야 할까요?

돈 ·

휴가비가 없어서 집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잘 쉬었습니다

올여름에는 여행을 가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의 바다 사진을 보며 조금 초라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런데 늦잠을 자고, 냉장고를 정리하고, 읽다 만 책을 펼치고, 해 질 무렵 동네를 걷다 보니 마음이 조용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체크아웃 시간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제 휴가지는 결국 집이 아니라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은 돈을 거의 쓰지 않고도 제대로 쉬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돈 ·

휴가 첫날 팀장님의 ‘급한 건 아닌데’가 도착했습니다

휴가 첫날 아침, 팀장님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급한 건 아닌데 이것만 확인해줄 수 있을까요?” 정말 한 줄만 답하려고 했는데 파일 하나가 오고, 질문 두 개가 추가되고, 마지막에는 “역시 빠르네요”라는 칭찬까지 받았습니다. 칭찬인데 왜 노트북을 챙겨오지 않은 제가 죄인이 된 기분일까요. 휴가 중 업무 메시지에 답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걸까요? 아니면 답하는 순간부터 휴가는 근무지가 바뀐 것뿐일까요?

직장 ·

오늘 출발하면 휴가일까요, 고속도로 단체 명상일까요

새벽 여섯 시에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샤워 중이고, 한 사람은 충전기를 찾고, 아버지는 출발하기 전에 국밥을 먹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내비게이션 화면은 벌써 전국이 정열적인 빨간색입니다. 조금 늦어져도 가족끼리 웃으며 가면 휴가라고 생각했는데, 출발도 하기 전에 모두가 “누가 오늘 가자고 했어?”를 찾고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제안자는 아무도 아닙니다. 휴가 첫날에는 시간을 지키는 사람이 맞을까요, 분위기를 지키는 사람이 맞을까요?

일상 ·

엘리베이터 광고 수익은 누구를 위해 쓰이는 걸까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광고 화면이 설치됐습니다. 관리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은 들었지만 실제로 얼마를 받고 어디에 쓰는지는 본 적이 없어요. 조용히 집에 올라가는 몇 분 동안 대출과 배달 광고를 계속 봐야 하는 것도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공용공간에 광고를 설치했다면 주민에게 수익과 사용처를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 ·

빌려준 책에 밑줄을 가득 그어 돌려받았습니다

아끼던 책을 친구에게 빌려줬는데 연필 밑줄과 메모가 가득한 채로 돌아왔습니다. 친구는 좋은 문장을 발견할 때마다 제 생각이 나서 표시했다며 오히려 특별한 선물처럼 말했어요. 메모 내용은 꽤 좋았지만, 저는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이라 펼칠 때마다 마음이 복잡합니다. 책을 빌린 사람이 남긴 흔적은 훼손일까요, 함께 읽은 기록일까요?

질문 ·

현금만 가진 손님을 받지 않는 가게도 괜찮을까요

무인 주문기만 있는 가게에서 한 어르신이 현금을 들고 한참 서 있었습니다. 직원은 카드나 휴대전화 결제만 가능하다고 했고, 결국 뒤에 있던 손님이 대신 결제해드렸어요. 가게는 현금을 관리하지 않으면 빠르고 안전하겠지만, 결제수단이 없거나 기계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은 물건을 살 기회조차 잃습니다. 효율을 위해 일부 손님의 불편은 감수해도 되는 걸까요?

사회 ·

힘들다고 했는데 해결책부터 주는 친구가 서운합니다

친구에게 회사에서 속상했던 일을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제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직 준비를 하라거나 상사에게 이렇게 말하라는 해결책부터 줄줄이 이야기했어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날 제가 원한 건 대책회의가 아니라 ‘많이 힘들었겠다’는 한마디였습니다. 위로가 필요하다고 먼저 말하지 않은 제가 답답한 걸까요? 가까운 사람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마음부터 알아줘야 하는 걸까요?

관계 ·

여행을 취소한 친구 몫까지 남은 사람들이 내야 하나요

친구 다섯 명이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하고 환불되지 않는 숙소를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출발 이틀 전에 한 친구가 집안일 때문에 못 가게 됐어요. 그 친구는 어차피 숙소 가격은 똑같으니 실제로 가는 네 명이 나눠 내는 게 맞지 않느냐고 합니다. 사정이 생긴 친구에게 돈까지 내라고 하려니 미안하지만, 남은 사람들도 갑자기 비용이 늘어났습니다. 여행을 취소한 사람도 처음 약속한 숙박비를 부담해야 할까요?

돈 ·

공공장소에서 남의 아이를 조용히 타일러도 될까요

도서관에서 아이 둘이 책장 사이를 뛰어다니며 큰 소리로 장난을 쳤습니다. 부모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고, 직원도 보이지 않았어요. 아이들에게 “여기서는 조금 조용히 해줄래?”라고 말하려다가 괜한 참견이 될까 봐 그만뒀습니다. 남의 아이를 함부로 혼내는 것은 분명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함께 쓰는 공간의 규칙까지 부모만 말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화를 내지 않고 규칙을 알려주는 정도도 부모에게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할까요?

질문 ·

빌 브라이슨을 읽었는데 우주보다 책이 더 무거웠습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기로 했습니다. 우주의 탄생부터 인간의 역사까지 이해해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이었는데, 책을 펼치기도 전에 손목에서 먼저 문명의 위기를 느꼈습니다. 침대에서 읽다가 얼굴에 떨어뜨린 뒤로는 우주보다 중력이 더 잘 이해됩니다. 북클럽에 가보니 회원들이 세 부류로 나뉘었습니다. 끝까지 읽은 사람, 중간까지 읽고도 끝까지 읽은 표정을 짓는 사람,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닌 것만으로 지식을 흡수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저는 63쪽까지 읽었지만 이제 누가 아무 말이나 하면 “그건 지질학적으로 조금 다르게 봐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책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사람이 이렇게 거만해질 수 있다면, 완독은 너무 위험한 일 아닐까요?

일상 ·

길에서 울고 있는 어른에게 말을 걸어도 될까요

퇴근길 버스정류장에서 한 사람이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었습니다. 취한 것 같지는 않았고 어디를 다친 모습도 아니었어요. 휴지를 건네며 괜찮으냐고 물어볼까 몇 번 망설였지만, 혼자 있고 싶은데 낯선 사람이 말을 걸면 더 불편할 것 같아 그냥 버스를 탔습니다. 집에 오는 동안 혹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을까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어린아이나 노인이 울고 있으면 주변에서 먼저 살피는데, 어른의 눈물 앞에서는 모른 척하는 것이 예의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낯선 사람의 슬픔에는 어디까지 다가가도 괜찮을까요?

질문 ·

불안해서 생필품을 미리 사두는 것도 사재기인가요

물가와 공급이 불안하다는 뉴스를 본 가족이 생필품을 넉넉하게 사두자고 합니다. 평소보다 식용유와 휴지, 통조림을 두세 배 정도 더 사자는 거예요. 어차피 쓸 물건이니 손해는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으로 한꺼번에 사면 정작 지금 필요한 사람은 물건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겠죠. 판매하려고 쌓아두는 것과 가정에서 불안에 대비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디까지가 준비이고 어디부터가 사재기인지 모르겠습니다.

돈 ·

폭염쉼터에서 오래 머물면 눈치를 봐야 하나요

집 에어컨이 고장 나서 동네에 지정된 폭염쉼터를 찾아갔습니다. 안내문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지만, 두 시간쯤 지나자 직원이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했어요. 주변을 보니 저처럼 더위를 피하러 온 사람도 있었고, 휴대전화를 충전하거나 잠든 사람도 있었습니다. 자리가 넉넉하지 않으니 오래 머무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는 말도 이해됩니다. 그런데 가장 더운 시간에 다시 밖으로 나가야 한다면 쉼터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르겠어요. 폭염쉼터는 잠깐 쉬어가는 곳일까요, 더위가 가실 때까지 머물 수 있는 곳일까요?

사회 ·

마을 태양광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요

사용하지 않는 공공부지에 마을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고 수익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사업이 추진된다고 합니다. 놀리는 땅으로 전기를 만들고 지역에 돈도 남는다면 좋은 생각처럼 들려요. 그런데 협동조합에 돈을 낸 주민만 수익을 받아야 하는지, 시설 주변에서 불편을 감수하는 주민 모두가 나눠야 하는지는 애매합니다. 마을에 주소만 둔 사람과 오래 살아온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볼지도 논쟁이 될 것 같고요. 마을의 햇빛으로 번 돈이라면 마을 전체의 돈일까요, 투자한 사람의 돈일까요?

돈 ·

남은 모임 회비로 총무가 케이크를 샀습니다

친구 여덟 명이 매달 조금씩 회비를 모아 식사비로 사용합니다. 지난 모임이 끝난 뒤 회비가 8만 원 정도 남았는데, 총무가 다음 달 생일인 친구를 위해 케이크와 선물을 미리 주문했다고 합니다. 좋은 뜻인 건 알지만 누구에게 얼마짜리 선물을 할지, 남은 회비를 써도 되는지 이야기한 적은 없었어요. 이번에 생일이 아닌 사람에게도 앞으로 똑같이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고요. 한 친구는 회비가 공동의 돈이니 좋은 일에 쓰면 된다고 하고, 다른 친구는 금액이 작아도 먼저 물어봐야 한다고 합니다. 총무에게 일일이 허락받으라고 하는 건 야박한 걸까요, 공동의 돈일수록 천 원까지 합의해야 할까요?

돈 ·

AI 데이터센터가 우리 동네에 들어온다면 환영하시겠어요

정부와 기업들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산업을 키운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국내 기술도 발전한다면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데이터센터가 들어올 지역에서는 전기와 물 사용량, 소음이나 열 문제를 걱정할 수도 있겠죠. 혜택은 전국 기업이 가져가고 부담은 주변 주민이 떠안는 구조가 되면 반발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지역에 전기요금 할인이나 주민 수익 같은 보상이 보장된다면 찬성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보상이 있어도 생활환경이 먼저일까요?

사회 ·

연인이 귀가할 때마다 위치 공유를 요구합니다

연인이 제가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안전이 걱정된다며 실시간 위치를 공유해달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만 켜두면 되니까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친구를 만나거나 혼자 산책할 때도 “어디쯤이야?”라며 위치 공유 링크를 먼저 기다립니다. 저를 의심하는 건 아니고 사고가 날까 봐 걱정된다고 해요. 실제로 늦은 밤에는 누군가 제 위치를 알고 있다는 게 든든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하루의 모든 동선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요. 안전을 위한 확인은 어디까지가 배려고, 어디부터가 감시일까요?

관계 ·

해외여행 중 발견한 짝퉁 K브랜드, 제가 신고해야 할까요

해외여행 중 한국에서 보던 화장품 매장과 거의 똑같은 가게를 봤습니다. 이름은 한 글자 달랐지만 색상과 진열 방식, 포장까지 비슷했어요. 사진을 찍어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국 브랜드가 피해를 보는 건 막아야겠지만, 여행 온 소비자가 기업의 해외 상표 감시까지 맡아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사진 몇 장으로 애먼 현지 가게를 짝퉁으로 몰게 될 위험은 없을까요? 확실하지 않아도 일단 제보하는 게 맞을까요?

질문 ·

카페 자리를 맡아두고 40분 비우는 것도 이용 중인가요

카페에 갔는데 빈자리마다 가방이나 노트북만 놓여 있었습니다. 한 자리에는 마시다 만 커피와 노트북이 있었는데 30분이 지나도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직원에게 물어보니 잠시 외출한 손님 자리라며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40분쯤 지나 손님이 돌아왔고, 저는 그동안 서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화장실이나 짧은 통화 정도는 이해하지만 아예 카페 밖으로 나갔다 오는 동안에도 자리를 계속 맡아둘 수 있는 걸까요? 음료를 샀으면 자리도 무제한으로 예약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일상 ·

고립된 청년에게 집과 생활 지원까지 해주는 건 특혜일까요

아는 집의 아들이 몇 년째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부모는 억지로 취업을 시켜야 한다고 하고, 주변에서는 본인이 나올 마음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과 함께 살면서 일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공동주택도 있다고 하네요. 누군가는 월세와 취업 준비를 혼자 견디는데, 은둔한 청년에게 주거와 장기 지원까지 제공하는 것이 공정하냐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혼자 나오기 어려운 상태라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복지 아닐까요?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