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끊긴 석 달 동안 우리는 매일 같은 시간에 걸었습니다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아 8년 만에 실직자가 됐습니다. 통장 잔액보다 먼저 무서웠던 건 배우자가 저를 실망한 사람으로 볼까 하는 마음이었어요. 첫 주에는 하루 종일 채용 공고만 들여다봤고, 배우자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밤마다 부업 화면을 열어봤습니다. 돈 이야기를 꺼내면 저는 ‘미안해’를 반복하고 배우자는 ‘괜찮아’를 반복했습니다. 둘 다 진심이었지만 대화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어요. 어느 저녁 배우자가 ‘우리 통장 잔액만 보지 말고 오늘 남은 체력도 보자’며 동네를 걷자고 했습니다. 그날부터 매일 20분씩 걸으며 각자 걱정 한 가지와 다음 날 할 일 한 가지만 말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은 하루 한 번으로 제한했고, 우리는 이 산책을 ‘잔액회의’라고 불렀습니다. 회의실은 매일 놀이터 앞에서 끝났고요. 함께 구독 서비스를 줄이고 쓰지 않던 실내자전거도 팔았습니다. 몇 년 동안 빨래걸이였던 자전거가 처음으로 가계에 기여한 날이었습니다. 저는 단기 일을 하며 면접을 다녔고, 배우자는 제 이력서를 봐주면서 탈락 문자가 온 날 도시락에 ‘불합격은 회사 의견, 내 평가는 채용 확정’이라고 적어줬습니다. 석 달 뒤 새 직장을 구했습니다. 첫 월급날에는 거창한 외식 대신 편의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들고 늘 걷던 길을 다시 걸었어요. 힘든 시간이 예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서로를 비용이나 실패로 계산하지는 않았습니다. 위기 때 같은 편이라는 걸 알려준 작은 행동이 여러분에게도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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