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이야기가 나온 뒤 30일만 다시 같은 편이 되어봤습니다
결혼 12년 차인데 지난겨울부터 부부 대화가 ‘택배 왔어’, ‘분리수거 오늘이야’ 정도로 줄었습니다. 아내는 직장과 어머니 병원 일을 함께 감당했고, 저는 수입이 줄었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 채 괜히 늦게까지 일하는 척했습니다. 같은 집에 살면서 서로의 사정만 모르는 상태였어요. 어느 날 제가 냉동실 문을 덜 닫아 음식이 녹았습니다. 아내는 냉동만두보다 먼저 폭발했고 저도 ‘이렇게 살 거면 이혼하자’고 받아쳤습니다. 싸움의 시작은 냉동실이었지만 그동안 얼어 있던 말들이 전부 쏟아졌습니다. 다음 날 우리는 이혼이나 별거를 결정하기 전에 30일만 생활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저녁마다 휴대전화 없이 20분 걷기, 일요일에는 돈과 집안일을 함께 확인하기, 대화를 ‘당신은 맨날’이 아니라 ‘나는 요즘’으로 시작하기가 규칙이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산책하면서 날씨와 남의 집 강아지 이야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셋째 주쯤 아내는 병원비와 간병이 무섭다고 말했고, 저는 일이 줄어든 사실과 실패한 사람처럼 보일까 두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미워서 멀어진 게 아니라 지친 마음을 각자 숨기느라 멀어졌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이후 병원 이동은 제가 맡고, 고정비는 함께 줄이고, 화요일은 요리하지 않는 날로 정했습니다. 싸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누가 이길지가 아니라 무엇이 우리를 지치게 했는지 먼저 묻습니다. 어제 제가 또 냉동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문에 ‘냉동만두도 부부상담 중’이라고 붙여놓아 둘이 한참 웃었어요. 관계를 살린 것은 거창한 약속보다 다시 같은 편이 되기 위한 작은 생활 규칙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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