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JU.KR · ARCHIVE
진주.kr 전체 글
일상, 관계, 마음, 책에 관한 공개 의견을 최신순으로 모았어요. 새 글은 검색 공개 유예 시간이 지난 뒤 이 목록에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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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 연구가 진짜 질문을 남긴 시상식
2026 이그노벨상은 9월 3일 취리히에서 속옷을 땅에 묻어 토양 상태를 살핀 연구와 물 튀김을 줄인 소변기 설계 같은 열 팀을 수상자로 발표했습니다. 웃은 뒤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를 기린다는 취지처럼, 엉뚱해 보이는 질문도 측정하고 검증하는 순간 과학의 입구가 된다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일상 ·
같은 문장을 두 번역으로 읽은 밤
북클럽에서 같은 소설의 오래된 번역과 새 번역을 펼쳐 한 문단씩 번갈아 읽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인물이 냉정하게, 다른 쪽에서는 망설이는 사람처럼 들려 어느 번역이 정답인지 고르기보다 단어와 문장 길이가 인물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바꿨는지 표시해봤습니다.
일상 ·
전자저울의 고집스러운 1그램부터 지워봅시다
빵 재료를 잴 때마다 숫자가 1그램씩 많아져 반죽이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저울 위에 깔아둔 키친타월을 올린 채 영점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게 원인이어서, 빈 그릇을 먼저 올리고 영점을 맞춘 뒤 재료를 담으니 숫자와 제 자신감이 함께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일상 ·
반죽 묻은 손을 몰라본 지문 잠금
수제비 반죽을 하다 조리 시간을 보려고 휴대전화를 집었는데 지문 인식은 밀가루 묻은 제 손을 끝까지 낯선 사람으로 판정했습니다. 손을 씻고 물기를 완전히 닦은 뒤 비밀번호로 열어 타이머를 맞추면서, 요리 중에는 화면을 만지기 전에 필요한 시간을 미리 켜두기로 했습니다.
일상 ·
문을 잡은 손은 유모차의 속도도 기다렸습니다
카페 자동문 앞에서 유모차가 문턱에 걸리자 앞서가던 손님이 문을 붙잡고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었습니다. 손잡이를 갑자기 당기지 않고 보호자가 고개를 끄덕인 뒤 옆에서 문만 지켜준 덕분에, 도움은 힘보다 속도를 맞추는 일이라는 장면이 남았습니다.
일상 ·
비 오는 정류장에 마른 자리 하나
비가 그친 버스정류장에서 한 학생이 젖은 의자를 휴지로 닦고는 쓴 휴지까지 가방 속 봉투에 담았습니다. 누가 앉을지 모르는 자리를 잠깐 돌본 덕분에 뒤늦게 온 사람은 옷자락을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일상 ·
사과를 받았지만 아직 괜찮지는 않습니다
상대가 진심으로 사과했는데도 제 마음은 바로 풀리지 않아 제가 옹졸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사과를 들었다는 사실과 다시 편해질 준비가 됐다는 대답을 나누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니, 용서를 서둘러 증명하지 않아도 제 감정을 정직하게 다룰 수 있었습니다.
일상 ·
내 조언과 다른 선택을 한 친구라면
친구가 이직 고민을 오래 털어놓기에 저는 남는 편이 낫다고 진심으로 조언했지만, 친구는 결국 회사를 옮겼습니다. 내 말을 무시했다고 서운해하기보다 의견은 참고자료였고 결정과 결과는 친구의 몫이라고 생각하니, 응원과 동의를 같은 말로 만들지 않아도 됐습니다.
관계 ·
공유 문서 링크의 마지막 점검
회의록 링크를 팀에 보낸 뒤 참석자 명단뿐 아니라 메모용 숨김 탭까지 함께 열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보내기 전에 시크릿 창이나 다른 계정에서 링크를 열어 접근 권한과 공개 범위, 포함된 탭을 확인하니 공유 버튼보다 확인 버튼을 먼저 누르게 됐습니다.
일상 ·
세제 리필은 빈 용기의 이름부터 확인합시다
세탁세제를 리필하려다 비슷한 흰 통에 욕실 세정제가 조금 남아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내용물을 섞지 않고 제품 라벨이 붙은 원래 용기를 비운 뒤 충분히 말려 같은 제품만 채우니, 향으로 정체를 맞히는 위험한 퀴즈가 시작되기 전에 멈췄습니다.
일상 ·
세계지도는 같은 지구를 다른 크기로 보여줍니다
유엔 총회가 9월 4일 면적 비교가 중요한 지도에 이퀄 어스 같은 등면적 도법을 더 널리 쓰도록 권고하는 비구속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항해에 유용한 메르카토르 도법은 고위도로 갈수록 면적이 커 보이는 만큼, 기존 지도를 금지했다기보다 목적에 맞는 지도를 골라 세계의 크기를 다시 보자는 제안입니다.
일상 ·
소설 속 사과를 세 칸으로 나눴습니다
북클럽에서 인물의 사과 장면을 ‘무엇을 잘못했는지, 상대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앞으로 무엇을 바꿀지’ 세 칸으로 나눠 읽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이 길어도 비어 있는 칸이 보이자 누가 더 나쁜지 판정하는 대신, 사과가 화해를 요구하지 않고도 책임을 설명할 수 있는지 토론하게 됐습니다.
일상 ·
배달 주소 별칭부터 점검합시다
배달 앱 주문표를 확인하다 주소 별칭에 적어둔 ‘야식 본부’가 기사에게도 보일 수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집을 구분하려고 쓴 메모가 어디까지 노출되는지 확인하고 주소 별칭과 요청사항을 필요한 정보만 남긴 중립적인 문장으로 바꾸니, 음식과 함께 제 농담까지 배달되는 일은 막았습니다.
일상 ·
얼음 없는 얼음틀의 가족회의
손님에게 얼음을 내주려고 냉동실의 얼음틀을 열었는데 첫 칸은 다진 마늘, 둘째는 멸치육수, 셋째는 레몬즙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투명하게 얼어 있어 한 칸씩 냄새로 신원을 확인한 뒤 용도와 날짜를 적고, 진짜 물을 얼릴 틀 하나는 비워두기로 했습니다.
일상 ·
굴러간 공을 골목 안으로 돌려준 배달원
아이들이 놀던 공이 주차된 차 사이로 빠져 큰길 쪽으로 굴러가자 지나던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멈추고 발끝으로 공의 방향을 골목 안쪽으로 바꿨습니다. 아이들이 차도로 뛰어들지 않도록 손으로 잠깐 기다리라는 신호까지 보낸 뒤 떠난 사람의 뒷모습이, 빠름보다 먼저 지켜야 할 방향을 남겼습니다.
일상 ·
전시장 안내는 아이의 눈높이에서 시작됐습니다
전시장에서 한 아이가 그림이 왜 이렇게 어둡냐고 묻자 안내 직원은 정답을 말하기 전에 무릎을 굽혀 아이가 먼저 발견한 색을 물었습니다. 아이가 작은 노란 점을 가리키자 설명은 그 점에서 시작됐고, 곁에 있던 어른들도 작품을 다시 가까이 보게 됐습니다.
일상 ·
모임 사진에 나는 왜 없었을까?
가까운 친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우연히 보고 저만 초대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밤새 지난 대화를 되짚었습니다. 서운함을 없는 척하거나 관계가 끝났다고 결론 내리지 않고 다음 날 그 모임이 어떻게 잡혔는지 물으니, 사실을 듣기 전 상상이 차지하던 자리가 조금 줄었습니다.
일상 ·
빌린 물건에 흠집을 냈다면
친구에게 빌린 여행 가방 바퀴 옆에 새 흠집이 생겼는데 닦아 돌려주면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사진과 함께 먼저 사실을 알리고 수리, 교체, 그대로 사용 중 친구가 편한 방법을 고르게 하니 흠집보다 숨기려던 마음을 더 오래 남기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관계 ·
수선 맡긴 옷의 출발 사진
재킷 소매를 줄이러 갔다가 집에 돌아온 뒤 어느 쪽을 몇 센티미터 줄이기로 했는지 헷갈렸습니다. 맡기기 전에 옷의 전체 모습과 기존 흠집, 표시한 수선 부위를 직원과 함께 확인해 사진으로 남기고 접수증에도 요청 내용을 적으니 완성 뒤 대화가 추측에서 기록으로 바뀌었습니다.
일상 ·
여행 가방 안쪽에 귀가 목록을 붙여봅시다
숙소를 나선 뒤 침대 옆 콘센트에 충전기를 두고 온 걸 알아 택시를 돌린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가방 안쪽에 서랍, 욕실, 냉장고, 콘센트라고 적은 작은 목록을 붙이고 문에서 방 안쪽으로 한 바퀴 확인하니 기억력 대신 동선이 짐을 챙겨줬습니다.
일상 ·
운동 기록이 포인트와 할인으로 이어질 계획입니다
정부가 9월 4일 발표한 스포츠 정책비전에는 2030년까지 운동 참여 포인트인 튼튼머니 대상을 120만 명으로 넓히고 국민체육센터 110곳을 새로 공급하는 계획이 담겼습니다. 2027년에는 체력 인증 등급과 운동 기록에 따라 할인되는 금융상품도 추진한다니, 지금 받을 수 있는 혜택으로 서두르기보다 시행 시기와 공식 신청 조건을 확인할 일입니다.
일상 ·
소설 속 집을 그리자 싸움의 거리가 보였습니다
북클럽에서 작품에 나온 문과 방, 식탁의 위치를 문장 근거만으로 평면도처럼 그려보았습니다. 서로 멀리 있다고 생각한 두 인물이 사실 얇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은 말을 듣고 있었다는 걸 발견하면서, 성격 탓으로만 읽었던 침묵이 공간의 문제와 가까워졌습니다.
일상 ·
회의자료 뒷면이 모두 물구나무를 섰습니다
양면 인쇄로 종이를 아꼈다고 뿌듯해하며 회의자료를 나눴는데, 뒷장을 읽을 때마다 모두가 종이를 거꾸로 돌려야 했습니다. 프린터의 긴 쪽 넘김과 짧은 쪽 넘김을 잘못 고른 탓이라 첫 부만 시험 출력한 뒤 방향을 확인하는 순서를 새로 골랐습니다.
일상 ·
식기세척기에서 가장 깨끗한 물그릇이 나왔습니다
세척을 마치고 문을 열자 가벼운 플라스틱 뚜껑이 뒤집힌 채 물을 가득 담고 있어 가족이 새 국그릇이냐고 물었습니다. 작은 물건은 식기세척기 사용 가능 표시를 확인해 고정하고, 아래 칸부터 꺼내야 위에서 고인 물이 깨끗한 그릇으로 다시 쏟아지지 않는다는 순서를 배웠습니다.
일상 ·
빨래방에서 기다린 사람의 짧은 메모
건조가 끝난 뒤 십 분 늦게 빨래방에 돌아오니 다음 이용자가 제 옷을 꺼내지 않고 기계 위에 기다렸다는 메모를 남겨두었습니다. 급했을 텐데도 남의 세탁물을 함부로 만지지 않은 사람 덕분에 저는 바로 기계를 비웠고, 다음 차례는 재촉보다 정확한 시간을 챙기는 일이 되었습니다.
일상 ·
늘 마음이 무너지지만 한편으로는 정리가 된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편지. 이별 때마다 반복적으로 듣는 노래다. 늘 마음이 무너지지만 한편으로는 정리가 된다. 요즘 이 노래를 하염없이 듣고 있다. 결혼해서 죽을 때까지 사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끝났는데 끝이라 말 못하는 더러운 현실.
일상 ·
열린 가방 지퍼를 조용히 알려준 사람
붐비는 지하철에서 옆 승객이 제 어깨를 가볍게 가리키며 가방 지퍼가 열렸다고 작은 목소리로 알려줬습니다. 제가 안을 확인하는 동안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려준 덕분에 잃어버린 물건 없이 내렸고, 도움은 내용물을 보지 않는 데까지 이어진다는 기억이 남았습니다.
일상 ·
늦은 답장을 다시 보낸다면
친구 메시지에 바로 답하지 못한 채 이주가 지나자 미안해서 대화창을 여는 일마저 더 어려워졌습니다. 길어진 이유를 전부 설명하는 대신 늦어서 미안하고 지금 답해도 괜찮다면 네 근황을 듣고 싶다고 보냈더니, 끊겼다고 생각한 대화가 현재의 안부에서 다시 이어졌습니다.
일상 ·
좋은 소식에 걱정부터 얹은 이유는?
새로운 일을 맡게 됐다고 가족에게 말했더니 수입은 안정적인지, 너무 바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먼저 돌아왔습니다. 모두 저를 아껴서 묻는 말인 건 알지만 기쁨이 금세 심사표가 된 것 같아, 다음 좋은 소식에는 먼저 축하하고 현실적인 질문은 조금 뒤에 묻기로 했습니다.
관계 ·
고장 나기 전에 모델명부터 찍어봅시다
세탁기에서 낯선 소리가 나 수리를 신청하려는데 모델명 스티커가 벽 쪽에 붙어 있어 무거운 기기를 움직일 뻔했습니다. 설치한 날 모델명과 일련번호, 구매일을 한 화면에 찍어 제품별 폴더에 넣어두니 상담 중 가구를 밀며 번호를 읽는 일이 줄어듭니다.
일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