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JU.KR · ARCHIVE
진주.kr 전체 글
일상, 관계, 마음, 책에 관한 공개 의견을 최신순으로 모았어요. 새 글은 검색 공개 유예 시간이 지난 뒤 이 목록에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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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탭 아래에서 플러그 신분증을 만들었습니다
청소하려고 멀티탭의 검은 플러그 하나를 뽑았다가 거실 인터넷까지 함께 끊겨 가족들의 원성을 들었습니다. 코드 끝에 공유기, 스탠드, 충전기라고 적은 작은 꼬리표를 달고 사용하지 않는 선만 확인해 정리하면서 바닥 아래 전선 추리극을 끝냈습니다.
일상 ·
AI가 국악을 배울 때 장단 옆에 맥락도 붙습니다
문체부가 국악 음원과 관광·정책정보 등 문화 분야 공공데이터 5종을 인공지능이 활용하기 좋은 형태로 만들어 올해 12월부터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악에는 장르와 악기, 장단뿐 아니라 표현 기법과 문화적 맥락도 더한다니, 같은 소리를 흉내 내는 것과 그 소리가 나온 자리를 이해하는 것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질문 ·
완독하지 못했어도 자리는 남겨둡시다
책을 절반밖에 못 읽은 회원이 민폐일까 봐 모임을 취소하려 했습니다. 줄거리를 아는 척하지 않고 표시한 한 문장과 멈춘 이유만 가져오기로 하니, 완독한 사람도 놓친 대목을 다시 보면서 북클럽의 입구가 넓어졌습니다.
일상 ·
세탁기 소리까지 적힌 음성 회의록
집에서 온라인 회의를 마치고 음성메모를 글로 바꾸니 제 발언 사이에 세탁기 탈수음이 거대한 박수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원본을 다시 들으며 사람의 말만 남기고, 공유 전에 이름이나 사적인 대화가 섞인 부분도 함께 지웠습니다.
일상 ·
로봇청소기가 양말 한 짝을 증거로 냈습니다
며칠째 사라진 양말을 두고 가족끼리 세탁기와 서로를 의심했는데 로봇청소기 먼지통 옆에서 한 짝이 나왔습니다. 범인은 없고 침대 밑 경로만 있었던 걸 확인한 뒤 바닥 물건을 치우는 가족회의가 열렸습니다.
일상 ·
케이크 상자가 버스에서 기울어진다면
급정거에 무릎 위 케이크 상자가 옆으로 미끄러지자 옆자리 승객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아래를 받쳐줬습니다. 목적지가 달랐던 두 손이 정류장 몇 곳만 같은 방향을 보고, 상자는 모양을 지킨 채 생일 식탁에 도착했습니다.
일상 ·
엘리베이터 문을 잡은 가장 작은 손
가방을 든 어르신이 천천히 걸어오는데 버튼 가까이에 있던 아이가 닫힘 대신 열림을 눌렀습니다. 모두가 잠깐 기다린 뒤 아이가 내릴 층을 잘못 지나쳤다는 걸 알았고, 어른들이 다시 한 층 내려가는 동안 가장 작은 손이 오래 기억났습니다.
일상 ·
괜찮다는 대답을 오늘만 믿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힘든 일을 말한 뒤 괜찮다고 웃어서 더 묻지 않고 돌아왔지만 표정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답을 재촉하지 않되 밥, 산책, 전화 중 필요한 게 생기면 하나만 고르라고 메시지를 보내고, 아무것도 고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남겨두었습니다.
일상 ·
단체방 초대, 먼저 물으면 너무 번거로운가요?
친구가 제게 도움이 될 거라며 모르는 사람이 많은 단체방에 바로 초대했습니다. 좋은 정보였지만 퇴장 알림까지 남는 게 부담스러워, 다음부터는 방의 목적과 인원을 알려주고 들어갈지 먼저 묻기로 하니 초대도 거절도 가벼워집니다.
관계 ·
구독 갱신일은 사흘 먼저 알려주세요
무료 체험이 끝난 뒤 결제 알림을 보고서야 구독 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이번에는 갱신일 사흘 전으로 달력 알림을 옮겨, 계속 쓸지 멈출지 정한 뒤 필요한 서비스만 결제했습니다.
돈 ·
개봉한 소스에 날짜부터 붙였습니다
냉장고 문에서 같은 소스 두 병을 발견했는데 어느 쪽을 먼저 열었는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뚜껑에 개봉 날짜를 적은 작은 스티커를 붙이고 오래된 병을 앞에 두니, 냄새로 회의를 여는 일이 줄었습니다.
일상 ·
한국 책이 뉴욕에서 새 표지를 기다립니다
9월 2일부터 3일까지 뉴욕에서 국내 출판사 15곳과 미국 출판·판권 관계사 40곳이 만나는 도서전이 열립니다. 번역과 영상화 가능성을 논의한다는 소식에 해외 친구에게 건네고 싶은 한국 책을 골라보니, 어떤 표지와 문장으로 건너갈지 궁금해 익숙한 책도 새롭게 보였습니다.
질문 ·
소설 속 저녁 메뉴만 모아본 북클럽
이번 모임에서는 인물의 대사 대신 누가 무엇을 차리고 먹지 않았는지만 표로 모았습니다. 늘 식탁을 준비하지만 함께 앉지 못한 사람과 말없이 비워진 한 자리가 보여, 사건보다 식사가 인물 사이의 거리를 더 정확히 말해주는 장면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상 ·
밥솥 숫자 99가 기념일이라면
밥솥 화면의 99를 보고 부모님 결혼기념일인가 잠깐 고민했는데, 보온을 시작한 지 아흔아홉 시간이 됐다는 표시였습니다. 뚜껑을 연 가족 모두가 숫자의 뜻을 이해한 뒤 남은 밥은 먹지 않고, 앞으로는 지은 날짜를 작은 자석에 적어두자는 대화가 되었습니다.
일상 ·
제 이어폰이 옆방 태블릿에 먼저 연결됐습니다
출근길에 무선 이어폰을 꼈는데 제 음악 대신 옆방 태블릿의 어린이 영어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가족이 함께 쓰던 자동 연결 기록을 정리하고 기기 이름을 구분해두니, 이제 아침마다 알파벳 송으로 강제 출근하는 일은 없나 확인합니다.
일상 ·
분실물 상자에서 가족사진 책갈피가 돌아왔습니다
도서관 책을 반납한 뒤 가족사진으로 만든 책갈피가 사라진 걸 알았지만 어느 책에 끼웠는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사서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지 않고 분실물 상자에 보관해둔 덕분에, 오래된 한 장이 낯선 사람들의 배려를 거쳐 제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일상 ·
남편이 숨긴 빚을 갚고, 제 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결혼한 지 1년 반, 월요일 저녁 집에 들어오니 남편이 울면서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월급 200만 원 남짓에서 매달 생활비 100만 원을 내고 남은 돈으로 제게 말하지 않은 빚을 갚아왔지만, 아직 2,400만 원가량 남아 제 짐이 되기 싫었다고 했어요. 저는 왜 혼자 숨겼느냐고 묻고 그날 남은 빚을 정리한 뒤, 결혼하고 옷 한 벌 제대로 사지 않은 저를 위해 192만 원짜리 가방도 하나 샀습니다. 밤새 미안하다고 우는 남편에게 이제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을 하라고 했는데, 사랑으로 함께 갚은 건지 거짓말까지 대신 책임진 건지 마음이 복잡합니다.
관계 ·
분리수거장 박스에서 시작된 십 분
상자에 붙은 테이프를 떼느라 한참 서 있자 지나가던 이웃이 말없이 다른 상자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잘못 버렸다는 지적 대신 손이 하나씩 보태져, 쌓였던 상자는 십 분 만에 종이와 비닐로 나뉘고 일도 잔소리도 함께 끝났습니다.
일상 ·
친구의 비밀과 다른 친구의 질문 사이에서
한 친구에게만 들은 퇴사 계획을 다른 친구가 눈치채고 제게 사실인지 물었습니다. 비밀을 지키려고 아니라고 단정하면 거짓말이 될 것 같아, 제가 대신 말할 이야기는 아니라는 선에서 멈추기로 했습니다.
관계 ·
사과 대신 온 커피 쿠폰을 열어도 되나요?
친구가 제 말을 여러 사람 앞에서 가볍게 넘긴 뒤 설명 없이 커피 쿠폰 하나를 보냈습니다. 쿠폰을 받으면 사과까지 받아들였다는 뜻이 될까 마음이 걸려, 먼저 그날의 일을 말로 확인하기 전에는 사용을 보류했습니다.
관계 ·
현관 번호판의 유독 닳은 숫자
공동현관 번호판을 닦다가 네 숫자만 반질거리는 것을 보고 비밀번호가 생각보다 많이 드러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생일과 반복 숫자를 피해 번호를 바꾸고 입력할 때 다른 키도 가볍게 짚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어요.
일상 ·
세탁표시 라벨은 자르기 전에 찍어둡시다
목 뒤를 긁는 옷 라벨을 잘라낸 뒤 첫 세탁에서 물 온도와 건조기 사용 여부를 알 수 없었습니다. 이제 제품명과 세탁표시를 한 화면에 찍어 옷 사진 폴더에 넣어두니, 가위 한 번 때문에 관리법까지 사라지는 일이 줄어들겠어요.
일상 ·
9월 독서의 달, 가까운 도서관부터 열었습니다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전국에서 독서문화 행사 1만여 건이 열린다는 공식 안내가 나왔습니다. 멀리 있는 큰 축제만 찾기보다 오늘은 동네 도서관 일정표를 열어, 읽고 싶던 책과 맞는 강연 하나를 달력에 먼저 적었습니다.
질문 ·
주인공의 월세를 계산하자 결말이 달라 보였습니다
북클럽에서 인물의 수입과 집세, 이동 시간, 돌봄 부담을 작품 속 단서만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의지가 약해서 떠나지 못했다고 보던 인물에게 실제로는 선택할 돈과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해석이 붙으면서, 성격으로만 읽었던 결말의 조건이 드러났습니다.
일상 ·
냉장고에서 울린 여섯 시 알람
장을 본 물건을 정리하면서 한 손의 휴대전화를 달걀 옆 칸에 내려놓고 문을 닫았습니다. 한참 뒤 냉장고 안에서 알람이 울려 휴대전화는 찾았고, 이제 장바구니를 비울 때는 먼저 식탁 위에 전용 자리를 만들기로 했어요.
일상 ·
스마트워치가 설거지를 수영으로 기록했습니다
저녁 설거지를 끝내자 손목시계가 수영 운동을 마쳤다며 축하 화면을 띄웠습니다. 그릇 열두 개를 씻은 팔동작이 자유형으로 보였던 모양이라 기록은 수정했지만, 운동하지 않은 날에도 제 팔만큼은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일상 ·
택배함 번호를 보지 않고 도와준 이웃
무인 택배함 화면에서 수령 절차를 찾지 못해 서 있는데 이웃이 비밀번호를 대신 눌러주지 않고 메뉴 위치만 손으로 가리켜주었습니다. 제가 번호를 입력하는 동안 한 걸음 물러나 기다려준 덕분에 도움은 빠르면서도 제 정보를 묻지 않는 대답이 되어주었습니다.
일상 ·
마트 바닥의 방울토마토와 여덟 손
계산대로 가던 손님의 봉지가 터져 방울토마토가 통로 끝까지 굴러갔습니다. 직원이 오기 전 장을 보던 사람들이 카트부터 세우고 말없이 하나씩 주워 담아, 당황한 사람의 실수는 구경거리가 되지 않고 금세 정리됐습니다.
일상 ·
가족 사진에는 누가 늘 빠져 있나요?
앨범을 넘기다 보니 여행마다 사진을 찍은 사람만 가족 사진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다음 나들이부터는 촬영 순서를 바꾸고 마지막 한 장은 지나가는 사람이나 타이머의 도움을 받아, 늘 기록하던 사람의 얼굴도 같은 계절 안에 담아보려 합니다.
관계 ·
내가 소개한 두 사람이 나 없이 더 친해졌습니다
각자 알던 친구 둘을 한자리에서 소개했는데 얼마 뒤 둘이 저 없이 여행을 다녀온 사진을 보았습니다. 서운함을 배신처럼 키우다가 사람을 소개했다고 관계의 가운데 자리가 제 몫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관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