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NJU.KR · ARCHIVE
진주.kr 전체 글
일상, 관계, 마음, 책에 관한 공개 의견을 최신순으로 모았어요. 새 글은 검색 공개 유예 시간이 지난 뒤 이 목록에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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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한 가닥이 흰 셔츠를 정확히 찾았습니다
국물 없는 비빔국수라 마음 놓고 먹었는데, 마지막 한 가닥이 젓가락에서 튕겨 흰 셔츠 한가운데 착지했어요. 양념은 넓은 식탁을 두고 왜 가장 밝은 곳만 찾는지 모르겠네요. 문지르지 않고 옷의 세탁 표시부터 확인한 뒤 얼룩 난 부분을 따로 살폈어요. 오늘의 점심은 맛과 위치 선정이 모두 선명했어요.
일상 ·
칭찬에 비교표가 꼭 필요할까?
작은 발표 모임에서 친구 차례가 끝나자 도입이 또렷해서 집중하기 좋았다고 말했어요. 다른 발표보다 낫다는 말을 보탤 뻔했지만, 그 비교는 삼켰어요. 친구가 잘한 장면을 설명하는 데 다른 사람의 부족함은 필요하지 않았어요. 칭찬을 받은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몫으로 가져가는 표정이 좋았어요.
관계 ·
약속을 취소한 친구에게 바로 날짜를 묻는다면
친구가 오늘 약속은 너무 지쳐서 지키기 어렵다고 연락했어요. 괜찮다는 답 뒤에 다음 주는 언제 되냐고 썼다가, 문장을 지우고 푹 쉬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보냈어요. 새 날짜가 있어야 안심되는 건 제 마음이었고, 친구에게는 취소할 여유가 먼저였어요. 달력의 빈칸을 관계의 빈자리로 읽지 않기로 했어요.
관계 ·
검은 가방 바닥에 밝은 주머니 하나
검은 가방 안에서 검은 이어폰 케이스를 찾느라 손으로 바닥을 몇 번이나 훑었어요. 자주 꺼내는 작은 물건만 밝은 주머니 하나에 모으고 늘 같은 안쪽 칸에 넣어봤어요. 다음 외출에서는 주머니가 먼저 보여 가방을 전부 비우지 않았어요. 가방 바닥과의 숨바꼭질이 한 판 줄었네요.
일상 ·
테이프 끝에 작은 깃발을 달아둡시다
택배 상자를 묶으려고 투명테이프 끝을 찾다가 손톱으로 한 바퀴를 탐사했어요. 일을 마친 뒤 끝에 작은 색종이를 접어 붙여두니 다음번 시작점이 바로 보였어요. 접착면을 조금 쓰는 대가로 미래의 제 손톱에게 휴가를 줬네요.
일상 ·
구급함을 열자 날짜들이 먼저 보였습니다
9월 둘째 토요일이 세계 응급처치의 날이라기에 집 구급함을 열어봤어요. 날짜가 적힌 물품과 뜯긴 포장을 하나씩 확인하고, 바로 쓰지 않을 것은 표시 내용을 다시 볼 수 있게 따로 뒀어요. 기억만 믿지 않도록 공식 교육 과정도 찾아 저장했어요. 준비는 영웅 흉내보다 서랍 하나를 제대로 아는 일이었어요.
일상 ·
감사의 말에서 책의 조력자들을 만났습니다
책 맨 뒤 감사의 말을 읽다가 초고를 읽어준 사람과 자료 찾기를 도운 사람이 언급된 대목에서 멈췄어요. 표지에는 저자 이름이 크게 보여서 혼자 완성한 책처럼 생각했는데, 저자가 직접 적은 도움의 자리가 여럿 있었네요. 이번 북클럽에서는 본문 감상 뒤에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 알게 된 일 하나씩도 얘기해보려 해요.
일상 ·
목차만 보고 적었던 질문에 답이 생겼어요
논픽션을 읽기 전에 목차를 훑고 궁금한 점 세 가지를 노트에 적어뒀어요. 완독한 뒤 다시 보니 두 질문에는 답을 찾았고, 나머지 하나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었어요. 북클럽에서는 답을 찾은 쪽수와 아직 남은 질문을 함께 꺼내보려고요. 책이 대답하지 않은 것까지 제멋대로 채워 넣지는 않으면서요.
일상 ·
왕관은 종이인데 자세는 진심
친구들이 생일이라고 종이 왕관을 씌워줬는데, 흘러내리지 않게 앉다 보니 저절로 허리가 곧아졌어요. 촛불을 끈 뒤 케이크를 나누면서 장난스럽게 친구들에게 어느 조각을 원하는지 물었어요. 친구가 왕관이 잘 어울린다며 웃어서, 설거지할 때까지 쓰고 있었네요. 대단한 선물은 아니어도 같이 유치해질 수 있는 저녁이 좋았어요.
일상 ·
빵 한 개를 먹었는데 식탁이 넓어졌네요
접시 위에서 조심조심 크루아상을 먹었는데, 다 먹고 보니 부스러기가 접시 밖까지 퍼져 있었어요. 빵은 한 개였는데 흔적만 보면 식탁 전체에서 식사한 사람 같네요. 손바닥으로 모으려다 바닥에 더 떨어뜨릴 것 같아 작은 쟁반에 받아 치웠어요. 다음에는 접시를 조금 더 큰 걸로 꺼내야겠어요.
일상 ·
부탁을 거절한 친구에게 다시 부탁해도 될까?
지난달 친구가 바빠서 제 이삿짐 옮기는 일을 도와주지 못했어요. 이번에는 제가 고른 모임 장소가 괜찮은지 의견을 묻고 싶은데, 그때 거절당한 기억 때문에 메시지를 쓰다 멈췄어요. 생각해보니 다른 부탁이고 지금 사정도 모르니, 부담 없이 가능한지만 물어보기로 했어요. 지난번 일을 꺼내 빚처럼 얹지 않고요.
관계 ·
친구의 원고에 빨간 줄을 긋기 전에
친구가 모임에서 읽을 짧은 글을 봐달라기에, 저는 문장 순서부터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어디가 제일 걱정이냐고 물으니 친구는 소리 내 읽을 때 어색한 부분만 알고 싶대요. 제 취향대로 고치려던 손을 멈추고 함께 읽다가 숨이 막히는 문장에만 표시했어요. 글을 봐준다는 말에도 먼저 맞춰볼 범위가 있네요.
관계 ·
필기하는 손의 그림자부터 옮겨봅시다
스탠드를 켜놓고 메모하는데 제 손 그림자가 방금 쓴 글씨를 덮었어요. 밝기를 올리기 전에 스탠드를 손 반대편으로 옮겨보니 그 자리에서는 글씨가 덜 가려졌어요. 이번에는 종이 위치와 조명 각도도 조금씩 바꿔, 빛이 눈에 직접 들어오지 않는 자리를 찾았어요. 같은 책상이라도 어느 손으로 쓰는지에 따라 편한 배치가 다르겠네요.
일상 ·
자의 끝과 0은 같은 자리가 아니었어요
종이 책갈피를 자르려고 자의 끝에 종이를 맞췄는데, 0 눈금 앞에 작은 여백이 있더라고요. 끝까지 잰 숫자를 길이라고 적으면 그 여백만큼 어긋날 뻔했어요. 종이 시작을 0에 맞춰 다시 재고, 자르기 전에 반대쪽 끝도 표시했어요. 익숙한 도구에도 출발선은 따로 있네요.
일상 ·
결승 대진표 옆에 관전 질문 하나
US오픈 여자단식 결승이 미국 현지 9월 12일 열릴 예정이라, 오늘 아침 대진표를 보며 관전 메모를 만들었어요. 이번에는 멋진 득점뿐 아니라 실점한 뒤 다음 공을 기다리는 모습도 유심히 보려고요. 화면에 잡힌 표정만으로 마음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준비하는 동작을 따라가면 경기가 조금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 여러분은 점수 말고 무엇을 보며 경기를 즐기나요?
일상 ·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나란히 놓은 북클럽
소설을 다 읽고 첫 문장으로 돌아갔더니,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넘긴 장소 이름이 새삼 눈에 들어왔어요. 북클럽에서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각자 책을 펼쳐 나란히 읽고, 그 사이 인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짚어봤어요. 같은 시작이 다르게 느껴진 사람도, 여전히 담백한 안내로 읽힌 사람도 있었어요. 이번에는 인상에 맞는 장면을 하나씩 찾아 서로 보여주려 해요.
일상 ·
영화에서 빠진 장면의 자리
함께 읽은 소설의 영화를 보고 나니 북클럽 친구들이 각자 아끼던 장면 하나씩을 찾고 있었어요. 저는 빠진 장면이 아쉬웠는데, 다른 친구는 그 장면의 감정이 짧은 표정 연기에 남아 있었다고 했어요. 다음에는 무엇을 뺐는지만 세지 말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부분도 한 군데씩 짚어보려 해요. 그래도 꼭 남았으면 했던 장면은 끝까지 변호해볼 생각이에요.
일상 ·
운동화가 산책 암호를 누설했습니다
강아지가 산책이라는 말에 들떠서 가족끼리는 ‘그 일정’이라고 바꿔 말해봤어요. 그런데 제가 운동화를 꺼내자 이미 현관 앞에 앉아 있네요. 말을 암호로 바꿔놓고 준비 동작은 전부 공개하고 있었어요. 오늘도 목줄을 챙겨 같이 나왔는데, 우리 집에서 제일 서툰 건 제 비밀 작전이었어요.
일상 ·
앞치마 두르고 배달 상자를 열었습니다
새 앞치마를 두르고 식탁을 차렸더니 가족이 오늘 뭘 만들었느냐고 물었어요. 제가 만든 건 떡볶이가 아니라 배달 상자 놓을 자리였네요. 한 입 먹자 소스가 앞치마에 튀어서, 조리는 안 했어도 착용한 보람은 있었어요. 앞치마도 주방 경력만 인정받을 필요는 없겠죠.
일상 ·
연휴 한가운데 초대받았다면
친구의 작은 전시 개막 초대를 받았는데, 그날은 제가 미리 잡아둔 여행 날짜와 겹쳐요. 순간 왜 하필 연휴냐는 말이 나오려다가, 친구도 전시장 사정에 맞춰 준비했겠다는 생각에 멈췄어요. 개막에는 못 간다고 일찍 알리고 전시가 열리는 다른 날에 방문할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축하하는 마음과 당일 참석 여부를 한 덩어리로 묶지 않고 싶네요.
관계 ·
저 대신 화내주는 친구를 달래고 있었어요
모임에서 조금 서운했던 일을 털어놨더니 친구가 저보다 더 크게 화를 냈어요. 제 편이라는 건 고마운데 어느새 제가 ‘그 사람도 그런 뜻은 아니었을 거야’ 하며 친구를 달래고 있더라고요. 아직 제 마음도 정리가 안 됐으니 오늘은 같이 화내기보다 끝까지 들어달라고 말했어요. 위로에도 서로 편한 온도가 있나 봐요.
관계 ·
격주 수업은 달력에 날짜로 옮겨봅시다
두 주마다 하는 수업을 다음 달부터 듣는데, 저는 한 달에 두 번이라고만 기억하고 있었어요. 공지에 적힌 10월 수업일은 2일, 16일, 30일이라 세 번이네요. 격주와 월 두 번이 늘 같은 건 아니라서 날짜를 하나씩 달력에 옮겼어요. 휴강 안내도 있을 수 있으니 제가 계산한 반복 날짜보다 수업 공지를 먼저 보려고요.
일상 ·
묶음 가격을 한 개 가격으로 바꿔봤어요
같은 용량의 물티슈가 세 개에 3,300원, 네 개에 4,200원이라 작은 가격표 쪽으로 손이 갔어요. 계산해보니 한 개 값은 각각 1,100원과 1,050원이더라고요. 네 개 묶음이 개당으로는 싸지만 오늘 필요한 건 세 개라서, 저는 수량에 맞춰 골랐어요. 장볼 때 총액과 한 개 값을 같이 보면 선택 이유가 좀 또렷해지네요.
일상 ·
달 지도를 읽는 도구가 하나 더 생겼어요
오늘 아침 NASA와 IBM이 달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공개 인공지능 모델을 내놨다는 소식을 읽었어요. 미국 현지 9월 10일 발표인데, 여러 관측 자료를 함께 살펴 얼음이 있을 법한 곳과 크레이터 등을 연구하는 데 쓸 수 있대요. 새 얼음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아니라서, 메모에는 ‘발견’ 대신 ‘살펴볼 도구’라고 적었어요. 여러분이라면 달 지도에서 어떤 부분을 먼저 확대해보고 싶나요?
일상 ·
본문보다 각주에 책갈피가 많아진 밤
논픽션을 읽다가 작은 숫자를 따라 페이지 아래로 내려갔는데, 짧은 설명이 궁금해서 다른 책 제목까지 메모했어요. 본문을 읽다 각주에 들르는 친구와 한 장을 다 읽고 주석을 모아 보는 친구의 독서 경로가 다르더라고요. 이번 북클럽에는 이해를 도운 주석 하나와 오히려 흐름을 끊은 주석 하나를 골라가려 해요.
일상 ·
영화에서 화면 말고 어떤 소리가 남았나요?
영화를 보고 나온 뒤 친구는 마지막 얼굴을, 저는 그 장면에서 뚝 멎은 시계 소리를 기억했어요. 줄거리는 같은 걸 봤는데 마음에 남은 단서가 달라서 한참 얘기했네요. 다음에는 대사 말고 기억나는 소리 하나씩만 가져와 보기로 했어요.
질문 ·
헤드폰 밖에서는 무반주 독창 중
전자피아노에 헤드폰을 꽂고 반주에 맞춰 신나게 노래했어요. 연습을 마치니 가족이 오늘은 왜 노래만 불렀느냐고 묻네요. 제 귀에는 풍성한 반주가 있었지만 거실에 나간 건 목소리뿐이었어요. 조용히 연습했다는 제 평가는 철회할게요.
일상 ·
토스트 테두리를 두고 맺은 평화
친구와 토스트를 나눠 먹으려는데 저는 바삭한 테두리, 친구는 부드러운 가운데가 좋다고 했어요. 먹기 전에 가장자리와 가운데를 잘라 각자 접시에 담으니 둘 다 좋은 쪽을 받았다고 웃었네요. 취향이 반대라서 편해지는 순간도 있군요.
일상 ·
같이 시작한 수업의 진도가 달라진다면
친구와 수채화 수업에 등록했는데 친구는 풍경을 그리고 저는 아직 색이 번지는 걸 연습하고 있어요. 같은 날 시작했다는 이유로 자꾸 옆 종이와 비교하니 수업 가는 마음이 무거워졌네요. 친구에게 속도를 맞춰달라고 하지는 않고, 수업 뒤에는 완성한 장수 대신 각자 새로 해본 걸 이야기해보기로 했어요.
일상 ·
제 이야기의 결말을 벌써 맞히셨네요
친구에게 길에서 겪은 일을 말하는데 중간마다 ‘그래서 결국 놓쳤지?’ 하며 결말을 맞히더라고요. 관심을 갖고 듣는 건 알지만 제가 준비한 웃긴 대목은 도착하기도 전에 사라졌어요. 맞히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번 이야기는 끝까지 말하게 해달라고 웃으며 부탁했어요.
관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