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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JU.KR · ARCHIVE

진주.kr 전체 글

일상, 관계, 마음, 책에 관한 공개 의견을 최신순으로 모았어요. 새 글은 검색 공개 유예 시간이 지난 뒤 이 목록에 표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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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건전지와 쓰던 건전지는 따로 보관합시다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아 서랍 속 건전지를 하나씩 바꿔 끼웠지만 어느 것이 새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포장을 뜯지 않은 것, 사용 중인 것, 버릴 것을 세 칸으로 나누고 기기 안 건전지는 같은 종류로 함께 교체하니 거실의 작은 추리극이 끝났습니다.

일상 ·

수리 맡긴 휴대전화의 알림부터 가렸습니다

깨진 화면을 고치러 가기 직전 잠금화면에 가족 메시지와 결제 알림이 그대로 뜨는 걸 발견했습니다. 자료를 따로 백업한 뒤 알림 미리보기를 끄고, 기종에 수리 모드가 있는지도 확인하니 비밀번호를 무작정 알려주지 않겠다는 준비가 조금 단단해졌습니다.

일상 ·

층간소음 상담이 스물네 시간 열렸습니다

9월부터 층간소음 정보를 스물네 시간 안내하는 챗봇 상담이 시작됩니다. 감정이 뜨거울 때 곧장 이웃집 문을 두드리기보다 적용 기준과 대응 순서를 먼저 확인하고, 실제 중재가 필요하면 관리 주체나 공식 상담 창구를 따로 찾아야겠습니다.

일상 ·

등장인물에게 문장 하나를 빌려준다면

북클럽에서 책 속 인물 한 명에게 다른 작품의 문장 하나를 빌려주고, 그 말을 왜 지금 들어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같은 인물에게도 위로를 건넨 사람과 경고를 고른 사람이 갈려, 우리가 인물을 이해하는 방식이 인용문보다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일상 ·

카드 서명이 현대미술이 된 계산대

결제 단말기 펜이 화면보다 늦게 따라와 제 이름은 산맥 세 개와 긴 꼬리로 남았습니다. 직원이 이 기계에서는 모두가 추상화가가 된다고 웃어준 뒤 펜을 천천히 움직이니, 두 번째 서명은 적어도 사람의 글씨처럼 계산을 마쳤습니다.

일상 ·

장바구니가 차 트렁크에서 여섯 식구가 됐습니다

장 보러 갈 때마다 장바구니를 차에 두고 매장에 들어가 새 가방을 사다 보니 트렁크에 여섯 개가 모였습니다. 하나를 접어 운전석 문 수납칸에 두고 물건을 내린 즉시 다시 넣는 순서를 정했더니, 일곱째 식구의 입양은 잠시 미뤄졌습니다.

일상 ·

큰글자책 서가까지 함께 걸어준 학생

도서관 검색대 앞에서 큰글자책 위치를 묻던 어르신에게 한 학생이 책을 대신 골라오지 않고 서가까지 천천히 함께 갔습니다. 어르신이 제목을 직접 읽고 두 권을 비교하는 동안 기다려준 덕분에 도움은 선택을 빼앗지 않고 길만 밝혀주었습니다.

일상 ·

잔액 부족 앞에서 줄은 잠깐 천천히 갔습니다

등굣길 학생의 교통카드에서 잔액 부족 안내가 나자 뒤에 선 사람들은 한숨 대신 한 걸음씩 물러나 충전할 시간을 내주었습니다. 한 승객이 급한 결제 방법을 알려주고 버스기사는 서두르지 말라고 말해, 멈춘 십여 초가 누구에게도 창피한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상 ·

빌린 차의 작은 흠집부터 말했습니다

친구 차를 반나절 빌려 쓰고 주차장에서 문 옆의 가느다란 흠집을 발견했지만 제가 만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돌려주기 전에 사진과 발견한 시각을 먼저 보내고 함께 확인하자고 했더니, 책임을 피하려는 침묵보다 모르는 부분까지 솔직히 말하는 편이 우정을 덜 긁었습니다.

관계 ·

친구가 붙인 별명, 새 모임에서도 불러도 될까?

오래된 친구들끼리만 쓰던 별명을 친구가 새 모임에서 소개해 모두가 첫날부터 그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웃긴 추억인 건 맞지만 낯선 사람 앞에서는 본명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고, 다음부터는 별명을 꺼내기 전에 제게 먼저 물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관계 ·

집을 비우기 전 수도계량기를 찍어둔 이유

사흘 집을 비우고 돌아왔는데 수도 사용량이 평소와 달라 보여도 떠나기 전 숫자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외출부터는 모든 수도꼭지를 잠근 뒤 계량기 숫자와 촬영 시각을 한 장 남기고, 돌아와 차이가 크면 먼저 열린 곳이나 누수를 차분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일상 ·

전자영수증은 반품 날짜와 함께 저장합시다

산 지 열흘 된 소형가전이 작동하지 않아 영수증을 찾았는데 카드 알림과 쇼핑몰 메일 사이에서 한참 헤맸습니다. 구매처와 주문번호, 반품 가능 날짜를 한 화면에 저장하고 처리가 끝나면 지우는 폴더를 만들었더니 필요한 기록만 짧게 남았습니다.

일상 ·

로먼 망원경이 우주를 넓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NASA의 로먼 우주망원경이 8월 30일 발사돼 로켓에서 분리된 뒤 지구에서 약 160만 킬로미터 떨어진 관측 지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허블과 비슷한 크기의 거울로 훨씬 넓은 하늘을 살필 망원경이라니, 한곳을 깊게 보는 눈과 전체를 넓게 보는 눈이 서로 다른 답을 준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일상 ·

주인공의 하루가 스무 자 속보라면

북클럽에서 각자 가장 중요하다고 본 장면을 스무 자 안팎의 속보 제목으로 바꾸고, 무엇을 빼고 남겼는지 설명했습니다. 같은 사건도 누구는 행동을, 누구는 감정을 앞에 놓아 짧은 문장이 객관적인 요약이 아니라 독자의 선택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졌습니다.

일상 ·

식당 의자는 먹은 사람이 넣어둡시다

식사를 마친 아이가 의자를 넣는 일을 기차를 차고에 넣는 놀이라고 부르며 자기 자리부터 정리했습니다. 옆 테이블 어른들도 웃으며 의자를 밀어 넣자 좁은 통로가 금세 넓어졌고, 직원은 아이에게 오늘 가장 작은 정리반장이라고 인사했습니다.

일상 ·

무인사진관 머리띠들이 한 줄로 귀가했습니다

무인사진관 바닥과 의자에 흩어진 머리띠를 다음 손님들이 거울 아래 한 줄로 모아두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빈 바구니에 ‘사진 끝나면 여기’라는 메모까지 생겨, 마지막 사진에는 정리된 소품 줄이 배경처럼 함께 찍혔습니다.

일상 ·

새 경비원에게 배송 동선 지도가 생겼습니다

단지가 복잡해 길을 헤매던 새 경비원에게 자주 오던 배송기사가 동별 지름길과 막힌 출입구를 종이에 그려주었습니다. 업무가 다른 두 사람이 현관 앞에서 잠깐 만든 지도 덕분에 기다리던 주민도 재촉보다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건넸습니다.

일상 ·

단체방의 엄지는 대답일까, 확인일까?

모임 시간을 바꿔도 되는지 물었는데 네 명이 엄지 반응만 눌러 모두 찬성한 줄 알았습니다. 한 사람은 글을 봤다는 뜻이었다고 해석해 다시 시간을 잡게 된 뒤, 선택이 필요한 공지에는 찬성·반대 두 글자로 답하자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관계 ·

내 소식을 친구가 먼저 전한다면

새 직장을 구했다는 말을 가까운 친구 한 명에게만 했는데 그 친구가 축하할 일이라며 단체방에 먼저 알렸습니다. 좋은 소식도 공개 범위는 당사자가 정하고 싶다고 말했고,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에게 전해도 되는지 한 번만 물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관계 ·

젖은 수건이 침대 위에서 발견된 저녁

사용한 수건을 누가 침대 위에 두었는지 따지다가 정작 펼쳐 말릴 자리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욕실 밖에 사람 수만큼 걸 수 있는 봉을 마련하고 각자 바로 펴두기로 하니 범인을 찾는 저녁이 줄고 수건도 더 빨리 말랐습니다.

일상 ·

자동결제 날짜는 한 장에 모읍시다

휴대전화 요금과 구독료, 보험료가 서로 다른 날 빠져나가 잔액 알림이 올 때마다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결제 수단과 출금일, 해지 여부를 한 장에 적고 월초에 한 번만 살피니 쓰지 않는 서비스와 잔액 부족을 함께 찾기 쉬워졌습니다.

돈 ·

혈압 한 번에 약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집에서 잰 혈압이 평소보다 높아 놀랐지만 한 번의 수치만 보고 약 복용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아침과 저녁에 편안히 앉아 같은 팔에서 2분 정도 간격을 두고 두 번씩 기록한 뒤, 반복해서 높거나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기록을 들고 의료진과 상의하려 합니다.

사회 ·

네가 읽을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일이 조금 이상하지만, 오늘은 네 생각이 많이 났어.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네가 읽을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일이 조금 이상하지만, 오늘은 네 생각이 많이 났어. 우리는 8년을 함께했지. 그 시간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떠났던 부산 여행이 자주 생각나. 그때 너는 직장생활에 지쳐 있었고, 나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지쳐 있었지. 부산으로 가는 밤기차에서 우리는 자리에 앉지 않았어. 출입문 앞에 서서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검은 창밖을 오래 바라봤지. 서울의 불빛이 멀어지는 동안 우리도 잠시 각자의 걱정에서 멀어졌던 것 같아. 태종대 앞바다에서도 우리는 별말을 하지 않았어. 바다를 보고, 바람을 맞고, 작은 바구니에 회를 담아 팔던 아주머니들을 구경했지. 그때는 우리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어. 둘 다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날이 행복이었어. 같이 기차를 타고, 나란히 바다를 바라볼 친구가 곁에 있었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던 거야. 그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어. 병원에 갔을 때 나는 퇴근길 정장 차림이었고, 너는 얼굴을 붕대로 감싼 채 누워 있었지.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어. 네가 떠난 뒤 나는 가끔 네 목소리를 상상했어. 네가 지금도 내게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았거든.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야. 우리 곁에 늘 있었는데, 그때는 알아볼 여유가 없었던 거야. 그러니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마. 오늘 네 곁에 있는 사람과 웃고, 밥을 먹고, 안부를 물어. 그게 행복이야.” 시간이 흐르면서 네 얼굴은 조금씩 희미해지는데, 부산으로 가던 밤기차와 태종대의 바다는 아직도 선명해. 내 청춘의 한 페이지는 너와 함께 사라진 것 같았지만,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닌가 봐. 나는 지금도 가끔 이 편지를 꺼내 읽으니까. 그리고 네가 남긴 것 같은 그 말을 다시 생각해. 행복하라고. 미루지 말라고. 오늘은 나도 그러려고 해. 잘지내…선하야..

일상 ·

책 제목을 다시 지었더니 토론의 문이 열렸습니다

북클럽에서 각자 책의 새 제목을 열두 글자 안으로 지어오고 그 제목을 뒷받침하는 문장 하나를 골랐습니다. 줄거리 발표 없이도 누구는 관계를, 누구는 장소를 중심에 놓았다는 차이가 바로 보여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지도를 들고 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일상 ·

삐뚤어진 우유 하트도 기다려준 손님

동네 카페 직원이 제 음료 위 거품을 몇 번이나 다시 그리기에 괜찮다고 말했더니 오늘이 라테아트 연습 첫날이라고 웃었습니다. 옆 손님도 찌그러진 하트를 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모양이라며 사진 대신 고맙다는 말만 남겨, 카운터 안팎의 긴장이 함께 풀렸습니다.

일상 ·

반찬통은 왔는데 뚜껑이 옆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이웃끼리 음식을 나눈 뒤 제 반찬통에는 맞지 않는 뚜껑만 세 개가 돌아왔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 용기와 뚜껑 사진을 붙여 짝 찾기를 시작했더니 두 집이 각자 하나씩 들고 내려와, 반찬보다 오래 돌던 뚜껑들이 드디어 제집을 찾았습니다.

일상 ·

화단에서 주운 그림이 관리실 전시가 됐습니다

아파트 화단에 비에 젖을 듯한 아이 그림 한 장이 떨어져 있어 관리실에 맡겼습니다. 직원이 ‘주인을 기다리는 작품’이라고 작은 안내를 붙여 게시판에 걸자 아이가 찾아갔고, 다음 날 빈자리에는 주민들이 그린 웃는 얼굴 몇 장이 새로 놓였습니다.

일상 ·

친구의 좋은 소식 앞에서 제 마음이 한 박자 늦었습니다

오래 준비한 친구의 합격 소식을 들었는데 축하보다 제 실패가 먼저 떠올라 바로 답장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비교하는 마음을 없는 척 축하문에 숨기기보다 잠깐 숨을 고르고, 오늘은 친구의 노력만 또렷하게 말해준 뒤 제 속상함은 다른 자리에서 돌보려 합니다.

일상 ·

셋만의 약속에 넷이 나타난다면

오랜만에 친구 셋이 조용히 만나기로 한 자리에 한 친구가 아무 말 없이 연인을 데려왔습니다. 새 사람을 반갑게 맞는 일과 사전에 묻지 않은 선택을 괜찮다고 넘기는 일은 다르니, 다음 약속부터는 동행이 있으면 단체방에서 먼저 확인해달라고 말하려 합니다.

관계 ·

냉동실 문을 열기 전 목록부터 봅시다

냉동실에서 만두를 찾느라 찬 공기를 다 내보내고도 결국 같은 봉지를 두 개 더 샀습니다. 내용물과 넣은 달을 작은 자석판에 적어 문 밖에 붙이고, 하나를 꺼낼 때 한 줄을 지우니 장보기 전 재고 확인이 훨씬 빨라졌습니다.

일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