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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읽을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일이 조금 이상하지만, 오늘은 네 생각이 많이 났어.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네가 읽을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일이 조금 이상하지만, 오늘은 네 생각이 많이 났어. 우리는 8년을 함께했지. 그 시간 중에서도 마지막으로 떠났던 부산 여행이 자주 생각나. 그때 너는 직장생활에 지쳐 있었고, 나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지쳐 있었지. 부산으로 가는 밤기차에서 우리는 자리에 앉지 않았어. 출입문 앞에 서서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검은 창밖을 오래 바라봤지. 서울의 불빛이 멀어지는 동안 우리도 잠시 각자의 걱정에서 멀어졌던 것 같아. 태종대 앞바다에서도 우리는 별말을 하지 않았어. 바다를 보고, 바람을 맞고, 작은 바구니에 회를 담아 팔던 아주머니들을 구경했지. 그때는 우리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어. 둘 다 힘들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날이 행복이었어. 같이 기차를 타고, 나란히 바다를 바라볼 친구가 곁에 있었다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던 거야. 그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어. 병원에 갔을 때 나는 퇴근길 정장 차림이었고, 너는 얼굴을 붕대로 감싼 채 누워 있었지. 그날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어. 네가 떠난 뒤 나는 가끔 네 목소리를 상상했어. 네가 지금도 내게 말을 건넬 수 있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았거든.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야. 우리 곁에 늘 있었는데, 그때는 알아볼 여유가 없었던 거야. 그러니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지 마. 오늘 네 곁에 있는 사람과 웃고, 밥을 먹고, 안부를 물어. 그게 행복이야.” 시간이 흐르면서 네 얼굴은 조금씩 희미해지는데, 부산으로 가던 밤기차와 태종대의 바다는 아직도 선명해. 내 청춘의 한 페이지는 너와 함께 사라진 것 같았지만,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닌가 봐. 나는 지금도 가끔 이 편지를 꺼내 읽으니까. 그리고 네가 남긴 것 같은 그 말을 다시 생각해. 행복하라고. 미루지 말라고. 오늘은 나도 그러려고 해. 잘지내…선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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